이규원이 누구 … ‘제2 전기영’ 금 업어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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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左)이 결승에서 키릴 데니소프(러시아)를 왼쪽 업어치기로 넘기고 있다. 전기영 교수는 이규원의 업어치기는 최고라고 말했다. [로테르담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유도에 전기영을 빼닮은 업어치기의 달인이 떴다.

이규원(20·용인대)이 2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벌어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90㎏급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가노컵 유도대회에서 2위, 올 헝가리 월드컵에서 3위를 한 이규원은 스무 살에 처음 나간 세계선수권에서 6경기 중 4경기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유도의 가장 호쾌한 기술인 업어치기의 대명사는 전기영(36·용인대 교수)이었다. 라이벌 일본에서도 “역대 유도 선수 중 업어치기를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상대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 기술로 세계선수권 3연속 우승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전 교수는 대표팀 코치로 있던 지난해 상비군으로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이규원을 유심히 봤다. 힘보다는 유연성과 순발력으로 업어치기를 하는 점과, 오른손잡이이면서도 왼쪽 업어치기를 주무기로 쓰는 것이 그를 닮았다. 상대가 오른손 공격을 예상하기 때문에 전기영은 왼쪽 공격을 주 로 썼다.

태릉에서 전 코치는 왼쪽 업어치기 전문이던 이규원에게 오른쪽 업어치기와 업어치기가 실패했을 때 필요한 연결기술인 안뒤축걸기를 가르쳤다. 이번 8강전에서 다비드 알라자(스페인)를 안뒤축걸기 유효로 이긴 것은 당시 전 코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전기영 교수는 “규원이는 아직 어리고 몸무게가 체급 상한선인 90㎏보다 가볍기 때문에 롱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큰 부상만 없다면 나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유도선수 중엔 업어치기가 전혀 안 걸리는 선수가 더러 있다. 또 이규원은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분석 대상 1호가 됐다.

이규원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그의 국내 라이벌인 권영우(마사회)는 “몸이 고무공”이라고 말했다.  키 1m77㎝에 체중 88㎏인 이규원은 체급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키가 10㎝ 정도 작다. 그러나 전 교수는 “업어치기는 낮은 무게중심을 이용해 큰 선수를 넘기는 기술이기 때문에 불리할 것은 없다”면서 “힘을 더 키우고 단조로운 기술을 보완하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이규원은 초등학교 때 몸이 약해서 유도를 시작했다. 중학교 들어 본격적으로 유도를 했고 고교 시절 함께 운동하던 형이 운동을 그만두면서 잠시 도복을 벗었다가 돌아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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