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주류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조순 (趙淳) 명예총재의 4일 출판기념회가 계기가 됐다.
그동안 비주류는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당 운영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묶어내지 못했다.
여야 대치가 첨예한 가운데 다른 목소리를 낼 명분을 찾지 못했고 李총재에 맞설 대안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주류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기반을 굳히고 있는 李총재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추진키로 했으나 누가 '얼굴' 이 되느냐에는 이견을 보여왔다.
김윤환 (金潤煥).이한동 (李漢東) 부총재나 서청원 (徐淸源) 전 사무총장 등은 모두 상대방을 간판으로 세우는 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날 趙명예총재가 李총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비주류 중진들이 차례로 나서 趙명예총재를 칭송한 것은 그를 대안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李전부총재의 측근의원들은 민정계와 범 민주계의원들을 접촉하고 있으며, 徐전사무총장도 잠행하며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일단 李총재체제 흔들기를 시도하자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올 봄에는 '거사' 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金.李전부총재는 지난달말 별도로 회동해 당 운영문제 등을 협의했다.
아직 탈당까지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행동통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주류측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은 5일 기자실에 들러 "불만이 있으면 당내에서 얘기해야지 밖에 나가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趙명예총재를 겨냥했다.
장외집회에 불참한 의원들을 李총재가 챙기고, 지역별로 의원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김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