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LG반도체 인수대금중 일부 통신업체 주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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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그룹은 LG측에 지불해야 할 LG반도체 인수대금 중 일부를 데이콤.온세통신.하나로통신 등 현대가 갖고 있는 통신업체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LG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반도체 가치평가와는 별도로 현대측의 통신지분에 대한 가격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2일 "현대는 LG반도체 인수가격을 2조원 정도로 잡고 있으나 LG측은 5조원을 제시해 아직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면서 "조속한 합의를 위해 LG에 현대의 통신사업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 말했다.

현대측은 이 경우 지난 96년 LG가 개인휴대통신 (PCS) 사업권을 따낼 때 '데이콤 지분을 5% 이상 갖지 않겠다' 는 각서를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시대상황이 바뀐 만큼 정부와 협의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데이콤 지분 6.21%.온세통신 24.63% (우호지분 포함 때 36.0%).하나로통신 7.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콤의 현대 지분이 LG로 넘어가면 LG (데이콤 지분 4.87%) 는 관계사 등 우호지분을 합쳐 데이콤 지분의 40%에 육박하는 주식을 확보하게 된다.

또 데이콤은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 (10.82%) 여서 현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까지 합칠 경우 LG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LG 고위관계자는 "현대로부터 반도체 매각대금 중 일부를 현대의 통신사업체 지분으로 받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고 말했다.

LG는 이에 따라 자체 실사팀과 금융 및 법률자문회사와 함께 평가팀을 구성해 현대의 통신사업 지분에 대한 가격산정 및 통신지분 인수 후 통신업체의 경영권 변화 등에 대한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안이 성사될 경우 현대가 LG반도체 인수에 따른 자금부담을 덜 수 있고, LG는 주력인 통신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현안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 빅딜'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은 최대쟁점인 LG반도체 종업원의 고용문제에 대해 2000년말까지 고용을 보장키로 합의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측과 위로금 협상을 벌이는 한편 메릴린치.골드먼삭스.리만브러더스 등 금융자문회사와 함께 본격적인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실무협의를 거쳐 설 연휴 전인 다음주말까지 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협상을 마무리짓고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동섭.이수호.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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