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또 카드 수수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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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재용 경제부 기자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았다. 자존심이 상해 만나기 싫다."(이마트 관계자)

"몇차례나 대화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제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비씨카드 관계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비씨카드와 할인점 이마트 간의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두 업체 간 싸움은 이제 전체 카드업계와 가맹점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양쪽 모두 "이제 공은 상대편으로 넘어갔다"며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상대방 책임"이라며 극단적 상황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다. 갈등은 비씨카드가 이마트 쪽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5일 문을 연 이마트 양산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1.5%에서 2%대로 올린 것.

그러자 이마트 측이 수수료 인상 조치를 거두지 않으면 가맹점을 탈퇴하겠다고 10일 맞받아쳤다. 갈등 초기만 해도 양측은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듯했다.

비씨카드는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수료 때문에 지난해 250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마트는 이에 맞서 "금리가 내려 카드사의 자금조달 상황이 좋아졌는데 무슨 근거로 올리느냐"며 맞대응했다. 그러나 양측의 대화는 금세 감정 싸움으로 변질됐다. 이 와중에 이마트 양산점을 찾은 비씨카드 고객들은 결제를 거부당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양측의 양보 없는 감정 싸움에 애꿎은 소비자만 볼모로 잡힌 꼴이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비씨카드를 쓰면 쓸수록 손해기 때문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도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카드고객 중 비씨카드 이용자가 가장 많은데 (우리가) 가맹점을 탈퇴하면 누가 더 큰 손해를 보겠느냐"며 으름장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카드 이용을 거부당한 소비자였다.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지친 소비자는 업체들의 싸움에 끼여 이래저래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표재용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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