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발표하던 날]고개 푹 숙인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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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 이종기 변호사 사건 수사 결과와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문이 발표된 1일 검찰 주변에선 "검찰 사상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 이라며 비통한 분위기에 잠겼다.

더구나 이날 발표후엔 서울 등 3개 지검의 일부 검사들 사이에 검찰 수뇌부를 비판하는 서명까지 벌어져 뒤숭숭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유구무언 (有口無言)" 이라며 말을 삼갔고 다른 검사는 "이제서야 국민들이 검찰에 어느 정도의 깨끗함을 요구하는지 알겠다" 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진원지였던 대전지검에서는 검사들이 일부러 TV 중계를 외면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이문재 (李文載) 차장이 연루되는 바람에 오명을 얻게된데다 다음 주로 예정된 인사에서 검사 전원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

○ …대검 수뇌진들은 이날 출근 직후부터 金총장의 사과문 발표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원성 (李源性) 대검 차장은 전날 여러차례 고쳐쓴 사과문과 수사결과 발표문을 다시 검토하며 오타까지 챙겼다.

또 李차장은 배석 검사장들이 앉을 의자 종류까지 "팔걸이가 없는 것으로 하라" 고 지시하며 "사과를 하는 입장인데 팔을 걸치고 편안히 앉은 모습이 비치면 되겠느냐" 며 신경을 집중.

○ …金총장은 사과문에서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의 항명성명에서 촉발된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 란 비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당초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의 여부를 두고 논란을 거듭했으나 "정치중립 문제는 이번 법조비리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는 판단에 따라 사과문에 담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

예영준.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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