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보르도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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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와인 때문에 프랑스는 울고 독일은 웃는다. 프랑스 최대의 와인 산지인 보르도 와인 농가들이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독일의 와인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보르도 와인 생산업체 1만여곳 중 600~1000개가 앞으로 수년 내 폐업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샤토 코 데스투르넬 등 대형 고급 와인 제조사들은 불황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샤토 마고 등 유명 와인 제조사는 보르도 와인 업자의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8㏊(2만4000평) 미만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만들어 파는 영세농이다. 영세농들은 포도주 가격을 30~40% 덤핑해도 판매가 힘든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가 줄어드는데 공급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업부는 올해 포도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56억6000만ℓ에 이를 것이라고 지난달 초 발표했다. 그러나 1960년대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160병이었지만 지난해는 절반인 80병이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절반이 포도주를 입에 대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수출도 줄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과 호주의 와인 수출은 각기 17%, 25% 증가했다. 영국은 프랑스 와인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에 와인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호주로 탈바꿈했다. 한때 싸구려 와인의 대명사였던 독일 와인까지 최근 품질을 높여 수출을 늘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포도주 수출액은 5억1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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