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2여, 기아-舊與 유착의혹 집중추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아의 대 (對) 정치권 로비스트는 누구였을까. 29일 경제청문회는 증인으로 나온 이신행 (李信行) 전 의원이 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물론 기아와 정치권 유착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다.

당초 국민회의는 권력 핵심과의 유력한 통로로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동서인 도재영 (都載榮) 전 기아 부회장을 지목했다.

하지만 28일 都씨에 대한 신문에서 별 소득이 없었다.

자연스레 기아 계열사인 기산 사장 출신의 李전의원으로 초점을 옮긴 것. 김선홍 (金善弘) 전 회장의 최측근중 한명인 그는 92년 서울 구로을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았고 9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지난해 李전의원 구속과정에서 정치권에 나돌았던 '이신행 리스트' 도 이같은 李전의원의 역할을 기정 사실화한 바탕위에서 만들어졌다.

이날 李전의원은 두가지를 인정했다.

하나는 기아가 정치권과의 채널을 만들려는 의도에 따라 그가 정치에 입문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기산사장으로 있으면서 1백7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부분이다.

김영환 (金榮煥.국민회의).정우택 (鄭宇澤.자민련) 의원 등은 李전의원의 정계진출 배경에 맞게 이 자금이 정치권에 뿌려졌을 가능성을 파고 들었다.

장성원 (張誠源.국민회의) 의원은 金전대통령의 차남 현철 (賢哲) 씨가 기아를 후원한 의혹을 제기하며 李전의원을 양쪽의 주선자로 꼽았다.

하지만 李전의원은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됐으나 "당초 생각했던 목적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고 말했다.

金전회장으로부터 96년 4월 총선 선거자금으로 16억원을 받은 것만 인정했을 뿐 자신이 조성한 1백76억원의 주 용처는 '특수업무 추진' 이라고 밝혔다.

"건설회사는 비자금이 없으면 운영이 안되는 게 관행이었다" "각종 공사수주때 리베이트나 인.허가때 '인사' 로 썼다" 고 '특수업무' 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으로 전용한 의혹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웬일인지 의원들도 이런 '인사' 치레의 대상에 정치권 인사도 포함됐는지를 캐묻지 않았다.

기아의 부실화와 부도처리 지연이 정경유착 탓이라는 조사특위의 심증은 아직 '추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