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이신행 전 기산 사장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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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9일 청문회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증언대에 선 이신행 (李信行) 전 기산사장이 비자금 조성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금의 정치권 유입부분은 강력히 부인했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똑 떨어지는 증거를 들이대지 못했다. 그의 불성실한 답변태도가 문제가 됐다. 답변중에 뻣뻣한 자세로 가끔 웃는 듯한 표정을 짓자, 의원들은 "비웃지 마라" 고 면박을 줬다.

"같은 의원출신이라고 봐주는 것이냐" 는 TV시청자들의 전화항의도 많았다. 괄호안은 질문자.

◇ 비자금 조성.사용처

- (추미애.국민회의) 비자금 조성을 반성하느냐.

"실정법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회사경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건설업은 관행상 비자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 (정우택.자민련) 증인이 조성한 비자금을 김선홍 회장에게 전달했나.

"비자금 조성은 인정한다. 우리가 만든 비자금은 특수업무 추진비다.

金회장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 김선홍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중 30억원이 신한국당 4.11 총선자금 등 정치권 로비용으로 쓰인 적이 있나.

"그런 적 없다. 로비할 게 뭐 있느냐."

- 94년 10월부터 96년 11월까지 명절 떡값으로만 5억원이 나갔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냐.

"명절때 선물로 나가는 돈이 7천만~8천만원 정도 된다. 그것도 회사를 위해 쓴 것이다."

- 96년 4월 김선홍 회장으로부터 16억2천만원을 선거자금 명목으로 받았나.

"지구당 운영비로 2~3개월에 1천5백만원씩 3억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기아 본사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를 위해 쓴 돈이다."

- (김영환.국민회의) 김현철씨를 만난적 있나.

"92년초 출마관계로 한번 만났을 뿐 이후엔 없었다."

- 증인이 공천받는데 김현철씨가 개입했단 얘기냐. "그건 전혀 다른 얘기다. 선거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떠냐고 물은 것뿐이다."

- (장성원.국민회의) 비자금이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얘기다."

- (김칠환.자민련) 총선 출마이유는 뭔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차원에서였다. 5, 6공과 문민정부때 어려움을 당했다. (정치권에) 최소한의 의사소통 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부실경영

- (정우택) 기산의 자금 악화는 증인이 수익성과 관계없는 무차별적인 수주로 외형확대에만 치우친 탓 아니냐.

"매출을 올려야 이익이 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적자가 계속되는데도 기산은 기산상호신용금고.기산개발을 인수하며 문어발식 경영을 했다. 이는 김선홍 회장의 지시 때문이냐 아니면 증인의 경영방침이냐.

"지시는 없었다. 협력업체 자금지원을 위해 신용금고를 인수했고, 기산개발은 작은 규모의 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 (김칠환) 기산의 부실은 기아 부도에 일조했고, 기아 부도는 환란으로 가는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한보청문회 이후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경직됐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잘 대처했을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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