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고검장 '출근 투쟁'…대전비리 수사는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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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법무부가 29일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린 가운데 당사자인 沈고검장은 정상 출근해 고검장실을 지키는 검찰 사상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예정대로 다음달 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沈고검장을 면직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沈고검장이 자신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판단,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 경우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은 대검이 다음달 1일 대전사건 수사결과 발표 때 이와 별도로 변호사법 개정 등 법조비리 근절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검찰은 또 대전사건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다음달 5일께 검사장급부터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출근투쟁 = 법무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구고검에 沈고검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서를 보냈다.

명령서는 곧바로 沈고검장에게 전달됐으나 沈고검장은 이날 고검장실을 지키다 오후 5시20분쯤 퇴근했다.

사무실을 나서던 沈고검장은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져도 출근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라며 계속 출근할 것임을 내비쳤다.

沈고검장은 그러나 "사표를 제출할 것이냐" 는 등의 질문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沈고검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가 내려짐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는 명노승 (明魯昇) 대구고검차장이 직무를 대신하고 있다.

◇ 검찰 대응 = 법무부는 "沈고검장은 고검장으로서의 직무 (결재행위) 만 정지되는 것이며 고검장 신분은 다음달 3일 징계위가 열릴 때까지 유지된다" 며 "따라서 사무실 사용과 차량.관사 등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박상천 법무장관과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또 이날 청와대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찾아가 沈고검장 항명사태의 경과와 함께 대폭적인 검찰인사 등 수습대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8일 열린 징계위 준비모임에서 朴장관은 "沈고검장이 장관인 나를 먼저 찾아와 문제점을 호소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 이라며 "그러나 검찰조직의 근간을 흐트러뜨린 이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하위직 수사 마무리 = 대전지검은 이날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와 전 사무장 김현 (金賢) 씨를 구속 기소하고 이미 기소된 대전지검 배수만 (裵洙滿.52) 공안과장 등 전.현직 검찰직원 11명을 포함, 모두 14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나머지 1백여명의 관련자는 보강조사를 거쳐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하고 내부 관련자는 징계 상신, 다른 기관 소개인은 비위사실을 해당 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검찰은 비위사실 통보자가 경찰관 20명, 법원 직원 11명, 교도관 4명 등 모두 35명이라고 밝혔다.

김종혁.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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