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서초구등 보건소,의료기구 기증·대여사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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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계단에서 넘어져 양쪽다리 골절상을 입었던 박미정 (30.서울서초구잠원동) 주부. 보행기를 사려니 10여만 원을 줘야 해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한번 쓰고 말 것이어서 망설이다가 서울 서초보건소에서 지그재그 보행기를 무료로 빌려줘 석 달 만에 다리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골절을 당했을 때 쓰이는 재활기구. 치료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 집안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공간만 차지한다. 필요없어진 재활기구들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곳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재활기구 나눔창구를 제일 먼저 개설한 곳은 서울양천보건소 (02 - 650 - 3424). 97년12월 보건소 재활운동실 한 켠에 구 예산으로 산 네발 지팡이.모래주머니 등을 갖추고 시작했지만 지난해 6월부터 기증하는 이들이 생겨 지금은 휠체어 5대, 소변기 50개.대변기 50개.지압봉 1백 개 등 20종 2백97개로 늘었다.

한 사람이 2점까지 빌려갈 수 있으며 대여기간은 한달. 품목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대여해 간 이만도 6백여 명. 물론 무료다.

서울서초보건소 (02 - 570 - 6585) 도 지난해 7월 재활기구 나눔은행을 개설했다. 목발.휠체어는 물론 환자용 침대와 에어매트리스 등 1만원대에서 30만원대에 이르는 재활기구 30여 종 1백60여 점이 구비돼 있어 여느 재활기구 상점 못지 않다.

서초구 주민만 기증하는 게 아니다. 서울 강남구포이동에 사는 주민은 무릎이 다친 동안 짚고 다니던 목발을 기증했는가 하면 경기도하남시의 한 주민은 다리 골절 후 쓰던 근력강화 운동기구인 트로처를 기증하기도 했다는 것. 대여조건은 양천보건소와 같다. 단 타지역 주민에게는 대여가 안된다.

올 초부터 재활기구 나눠 쓰기에 합류한 서울강동보건소 (02 - 2224 - 0740) 보건지도과 이상례 (李相禮) 과장은 "디스크 환자용 침대같이 크고 값나가는 물건 말고도 찜질 팩 같은 자그마한 재활기구도 쓰임새가 크다" 며 기증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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