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법복이 부끄럽다' 잇단 사표에 재판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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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으로 법조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서울지역 판사들이 잇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사표를 제출해 재판진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1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명퇴접수에서 민사부의 C.K.J부장판사와 행정법원 Y부장판사 등 4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법조비리에 연루돼 법원을 떠난다는 오해를 우려, 검찰수사가 끝나는 2월 말 이후로 사표를 늦춘 부장판사들과 일반 판사들도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법원에서 6명의 부장판사가 명예퇴직했다.

법관들의 이같은 무더기 사의표명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인한 법원의 사기저하에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퇴를 신청한 한 부장판사는 "대전 사건 이후 법원이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는 상황에선 더 이상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해는 2월 말이던 군법무관 50여명의 전역이 올해는 4월 말로 늦춰지며 법관 부족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심 1명과 배석판사 1명만 있는 합의부가 다수 생겨나는 등 재판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고위관계자는 "재판때 다른 부의 판사를 데려와 배석시키거나 재판진행 자체를 늦추는 등 당분간 파행운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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