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시에라리온 지옥의 킬링필드 곳곳 수천명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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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분쟁의 끝은 없는가.

새로운 천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칠줄 모르는 내란의 소용돌이가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다.

대표적인 활화산이 유럽대륙의 코소보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이들 지역의 내전은 갈수록 잔혹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삶의 좌표를 상실한 채 공포에 몸서리치고 있다.

◇ 코소보 = 16일 45명 가량의 알바니아계 민간인이 세르비아에 의해 잔인하게 학살된 시체로 발견되면서 지난해 10월 체결된 세르비아와 반군인 코소보해방군 (KLA) 사이의 살얼음판 휴전에 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OSCE) 코소보휴전감시단은 현장조사 끝에 머리에 총알이 박힌 점 등으로 미루어 전원 집단처형된 것 같다고 발표했다.

OSCE 조사단은 시체의 대부분이 손발이 잘리고 눈이 도려졌는가 하면 머리가 으깨져 있는 등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3명 이상의 여성과 12세 소년의 시체도 발견됐다.

OSCE는 북아일랜드 사태에서 맹활약을 보여 평화의 상징이 된 장갑 랜드로버와 함께 평화감시단을 파견, 휴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반군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어 철수를 고려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르비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르비아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살해용의자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KLA 복장을 한 테러리스트 수십명을 살해했다고 확인했다.

반면 KLA가 운영하는 코소보통신은 세르비아 경찰과 보안군 등이 51명의 주민을 집단학살했으며 이중 KLA는 8명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 시에라리온 = 반군인 혁명연합전선 (RUF) 이 정부군을 물리치고 수도 프리타운을 점령 (7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탈환하려는 정부군과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 (ECOMOG.나이지리아가 주도) 이 밀고 당기는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전황은 정부군측이 수도를 거의 되찾아가고 있는 상태. 이 와중에 16일까지 열흘새 모두 2천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COMOG 소속 한 프랑스 용병은 사망자 외에도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한 중상자가 넘쳐나고 있다며 "3일 전 시가지 도로가 온통 썩어가는 시체로 가득찼었다" 고 전했다.

현재 프리타운 동부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군측은 "월요일부터 한시적인 휴전에 들어가겠다" 고 말해 일시적인 소강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전란을 피하기 위한 난민 행렬도 줄을 이어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국가들중 가장 많은 5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지금도 수만명이 떠돌고 있다.

[왜 싸우고…왜 죽이나]

◇ 코소보 = 8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이 주민중 알바니아계가 90%를 차지하는 코소보의 자치권을 빼앗으면서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90년 코소보의회의 독립선언이 유고의 무력동원으로 무산된 뒤 계속돼온 저항이 96년 코소보해방군 (KLA) 의 결성과 함께 극도로 격렬해졌다.

지난 한햇동안 1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 시에라리온 = '사자의 산' 이란 국명만큼이나 험악한 상황이 8년동안 계속되고 있다.

61년 영국에서 독립, 불안한 일당독재체제가 유지돼 오다 92년 첫 군사쿠데

타가 발생한 뒤 8년동안 쿠데타와 반쿠데타가 반복되는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군들은 2년전부터 억류되어 있는 자신들의 지도자 포데이 상코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투표로 구성된 아흐마드 카바 대통령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고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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