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총무 선출 안팎]야 '대여창구' 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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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부영 (李富榮) 총무체제 출범은 한나라당의 초강경 투쟁 의지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민정계 등 보수세력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토양에서 재야 출신 원내사령탑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3, 4선급 중진들이 맡아왔던 관례에 비춰봐도 재선 총무는 파격이다.

그런데도 반란표가 많지 않았던 것은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쿠라 논쟁' 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비주류가 적극적인 세 (勢) 대결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회창 총재는 "진보적 성향 때문에 보수성향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줄 알지만, 과거 어떤 노선을 걸어왔든 이제는 한식구라는 일체감을 가져달라" 고 결속을 당부했다.

후보 정견발표에서 李총무는 "하루를 하더라도 선배동료와 당을 하늘같이 받들겠다" 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15일의 총무선출로 일단 전투대형을 갖췄다.

그러나 李총무가 강경.원칙론자란 점은 대여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하지 못할 경우 자칫 잦아든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李총무가 내정될 때 비판의 목소리를 퍼부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우려 속에서도 "환영한다" 는 덕담 (德談) 을 했다.

○ …박희태 (朴熺太) 전총무는 이날 원내 사령탑을 물러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극한대치 속에 보내야 했던 지난 5개월을 회상하면서 "결단과 타이밍의 정치가 없는 게 안타깝다" 며 '타협없는 정치권' 을 질타했다.

국회 529호실 사태와 관련, 그는 "과거 대통령은 이런 문제가 터지면 즉시 안기부장을 물러나게 하는 결단을 내렸다" 며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의 정치' 를 아쉬워했다.

이회창 총재에 대해선 "융통성을 갖고 적절한 타이밍의 정치를 보였으면 좋겠다" 고 했다.

여야 지도자가 대승적 견지에서 대타협의 정치를 보여주길 희망한 것이다.

그는 97년 한보청문회 때 신한국당 총무로서 김현철 (金賢哲) 씨의 청문회 출석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두차례나 진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 사람이 있어야 현군이 나온다" 고 했다.

그러면서 "간언을 받아들인 金전대통령이야말로 위대한 결단을 내린 역사적 인물로 평가될 것"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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