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켓 개척자 고다이 박사 “실패 안한 나라 없어 … 질책보다 격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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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을 한 나라 치고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그럴 때일수록 국가원수와 국민이 격려해 줘야 합니다.”

일본 로켓의 개척자이자 산 증인인 고다이 도미후미(五代富文·77·일본우주회 대표·사진) 박사.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한 그는 이같이 말했다.

고다이 박사는 1950년대 일본의 초보적인 로켓 개발에서부터 90년대 대형 로켓인 H2와 H2-A 개발까지 주도했다. 이 때문에 그를 빼놓고 일본의 우주개발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고다이 박사는 99년 11월 H2로켓 발사에 실패하면서 곤욕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위정자와 국민의 지지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절감했다. 언론도 실패에 대해 가혹하게 질책하기보다 우주개발 진흥에 대한 용기를 심어주는 쪽으로 논조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로켓 발사에 연이어 실패하자 우주개발 예산을 지난해까지 대폭 삭감해 왔다.

“프랑스 같은 구미 우주 열강들은 국가 원수가 참관하는 가운데 로켓 발사에 실패해도 예산 삭감은커녕 되레 격려를 해 주는 게 부러웠어요. 일본은 그렇지 않았어요. 아마 한국도 일본처럼 질책 일변도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고다이 박사는 로켓 발사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한 기술적 결함도 있지만 사소한 부주의, 불량 부품 사용 등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은 로켓 기술의 경우 미국에서 대부분 들여왔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늘날 대형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까지 독자 개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는 기술을 도입하거나 앞으로도 많은 개발을 해야 하는 한국에 조언을 해줬다.

고다이 박사는 우주개발 예산이 계속 줄어들던 흐름을 되돌리는 데 일조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일본우주회에 정치인들을 초청해 우주개발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우주개발기본법이 의원 입법으로 제정됐고, 올해부터 예산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그는 “우주개발과 같은 메가톤급 사업에는 사회 여론 주도층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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