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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학습놀이] 엄마는 종이접기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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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소근육 발달의 대표적인 놀이인 종이접기를 하다 보면 도형의 응용감각을 재밌게 배울 수 있다. 주부 이은주씨가 아들 도훈, 딸 지원이와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네모 모양의 색종이를 반으로 접으면 어떤 모양이 될까?”신도훈(7)군에게 엄마 이은주(35·서울 강서구)씨가 물었다. “세모 모양이 두 개 생겼어요.”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서툰 손을 움직여 본다. “종이접기를 하면서 저절로 도형 공부가 돼요.”

종이와 친해지기부터 시작

종이접기를 시작하기 전 우선 종이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종이 찢기, 말기, 날리기, 입으로 불기 등의 과정을 반복한다. 종이를 선택할 때는 접었을 때 각이 정확하게 맞는지, 탄성이 좋은지, 색상이 고운지를 살핀다. 흔히 색종이를 많이 이용하지만 신문지나 광고지 같은 폐지도 사용할 수 있다. 골판지는 입체감이 있어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 인형이나 로봇 만들기에 좋다. 사물의 모양에 따라 종이를 달리하면 더 재밌다. 나비나 잠자리처럼 날개와 몸통의 색이 다른 경우 금박이나 은박종이를 활용한다. 한쪽 면에 잔잔한 무늬가 있는 양면 색종이는 꽃을 만들 때 좋다.

종이접기를 시작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것부터 해 본다. 쫑이닷컴 한국 감성콘텐츠연구소 김화영 소장은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데, 종이접기를 할 때 좋아하는 사물을 만들면 저절로 집중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한 번 접어 만들 수 있는 것부터 한다. 비행기·집·모자·자동차가 있다. 익숙해지면 두 번 접기를 시도한다.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만드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나 노래를 함께 불러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나비를 만든다면 ‘나비야’란 동요를 불러보거나 나비가 뭘 먹고 사는지, 나비의 종류, 나비가 나오는 동화에 대해 얘기한다. 접는 것이 서툰 아이라면 엄마가 한번 접었다 펼친 후 아이에게 따라 접도록 해 자신감을 키워준다.

종이 장난감 만들어 놀아요

종이접기를 마쳤다면 그냥 끝내지 말고 이를 활용한 놀이를 하면 더 효과적이다. 우선 종이로 비행기나 자동차·꽃 등의 사물을 만든다. 한글 공부를 하는 아이라면 사물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만들어 종이 작품과 카드를 맞추는 놀이를 할 수 있다. 같은 사물을 여러 크기로 만들면 크기나 길이의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도로 그림판을 그린 후 여러 모양과 색의 종이 자동차를 붙여 보며 “어느 자동차가 가장 클까?” “어떤 자동차가 가장 빠를까?” 얘기해본다. 하늘을 나는 배, 물 위에 뜨는 배, 껑충껑충 뛰는 개구리를 만들어 장난감 놀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역할 놀이에도 응용할 수 있다. 사과·배·당근·수박 등을 만들어 가게 놀이를 해본다. 장바구니나 돈·지갑도 종이를 접어 만들 수 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사물을 종이로 만들어보면 책 읽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아이가 만든 종이 작품으로 아이 방을 꾸며볼 수도 있다. 천장에 종이 모빌을 만들어 걸어두거나 방문이나 벽 등에 작품을 붙인다. 지저분해진 부분을 가르는 용도로도 좋다. 상자나 연필꽂이 같은 수납함을 만들어 보며 정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자연스레 유도할 수도 있다.

종이접기는 미술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학과 과학의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종이접기 수학을 가르치는 이준희(대전과학고) 교사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주변의 모습을 평면 도형으로 만들어 볼 것”을 조언했다. 예컨대 삼각형을 접어 새를 만들고, 산을 표현해볼 수 있다. “사물의 모양을 단순화시켜 특정 도형이 반복되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형의 응용 감각 생겨

종이접기는 대표적인 소근육 발달 놀이다. 종이를 접고 누르다 보면 손을 많이 움직이게 돼 소근육이 섬세해진다. 한국종이접기협회 이경구 과장은 “평평한 종이가 입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손동작을 따라하다 보면 관찰력이 생긴다. 쫑이닷컴 김 소장은 “종이접기는 길이나 각이 맞지 않으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없어 정확한 손놀림을 익히는 데 좋다”고 말했다.

류숙희(교육학) 박사는 “평면을 입체로 만드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 다중지능 중 공간지능 계발에 도움이 되는 놀이”라고 설명했다. 영재교육원 시험 중 평면도형 종이접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교사는 “그려진 도형을 그냥 보는 것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종이로 직접 만들어보면 도형의 응용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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