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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가 달라진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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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전 과목을 개정된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사진은 두산동아에서 새롭게 만든 교과서 일부다. [황정옥 기자]

김미희(46·인천시 남동구)씨는 최근 교과서 검정과 관련된 뉴스를 보고 걱정이 됐다. 둘째 아들이 중1이 되는 내년에는 전 과목 교과서가 바뀐다고 한다.특히 국어 교과는 좋은 글을 모아놓았다고 해서 다른 교재 없이 교과서로만 학습을 해온 터였다. 달라진 국어 개정 교과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내년 중1이 되는 학생들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맞춘 새 교과서로 전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올해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초·중·고 모든 학년의 교과서가 순차적으로 바뀐다. 19일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사회·과학 등 16개 교과목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국어의 경우 검정에 출원한 종수(34종, 한문이 가장 많은 36종)와 합격 종수(23종으로 가장 많음)가 다른 과목보다 많았다. 대표적인 국민공통기본 교과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글, 국어 능력 키우는 도구

‘교과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교육 전문가들은 ‘학습 목표’에 맞춰 따르면 된다고 강조한다. 새 국어 교과에서는 학습 목표가 더욱 중요해졌다. 학습 목표는 같지만 학교마다 국어 교과서가 달라 글의 제재, 즉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습 목표가 ‘비유적 표현’이라면 교과서마다 다른 글을 활용해 비유에 대해 배운다.

추교영(안성 서운중) 교감은 “모두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다 보니 말하기·읽기 등의 국어 사용능력보다는 글 자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제재를 통해 국어 사용 능력을 기르게 된다. 이제는 교과서 글이 국어 사용 능력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는 셈이다.

교실과 생활 접목한 학습

내용 체계에 새롭게 ‘맥락’을 추가했다. 글의 상황적 맥락,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알아야 한다. 박인기(경인교대 국어과) 교수는 “글이 생긴 배경이나 글을 읽고 쓰는 학생의 인지적·심리적·문화적 맥락까지 살핀다”고 설명했다. 배운 것을 생활에서 활용해 교실과 생활이 이원화된 학습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매체 활용 능력(영화·드라마 읽기·전자 글쓰기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다매체, 디지털시대 등 언어 사용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 각 영역에서 매체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도하도록 강조했다.

현 교육과정에서는 그 학년에서 배워야 할 글의 수준이나 범위를 국가가 정했다.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수준별 교육의 내용 선정이나 교수·학습 방법을 국가가 아닌 학교와 교사에게 맡긴다. 학생 개인차에 따라 방과후 수업이나 수행평가 등을 통해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교과에서는 학생 간의 수준별 학습을 위해 학년별·영역별 ‘담화(글·언어 자료·작품)’의 수준과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 외 두루두루 읽어야

한정순(안산 석호중) 교사는 “교과서가 하나일 때는 수업 목표에 도달시키기 위해 시나 소설 등 하나의 제재 중심으로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교과서는 수업을 위한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다. 반드시 교과서에 수록된 글이 아니더라도 학생들 수준에 맞춰 다른 제재를 활용해 학습 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예컨대 학습 목표가 ‘비유적 표현’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면 예전에는 비유가 잘 된 글(‘용비어천가’의 ‘뿌리 깊은 나무~’)을 통해 배웠지만 이제는 생활 속 유사점이 있는(‘대머리’=‘빛나리’) 다른 제재여도 된다. 한 교사는 “기본 학습은 자기 학교의 교과서로 하되, 보충이나 심화학습을 할 때는 다른 교과서도 참고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교과서 외에 폭넓은 글을 접하고 어떤 글이든 메모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 우한용 교수
“TV 자막·휴대폰 문자도 교육의 일부가 되죠”

“교과서가 개정됐다고 걱정할 것 없어요. ‘목표’를 ‘성취기준’으로 표현한 것처럼 핵심 용어가 바뀐 것뿐입니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우한용 교수(사진)에게 개정 교과서 때문에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하자 이런 말로 안심시켰다. 우 교수는 2년 넘게 25명의 교수·현직 교사와 함께 두산동아 국어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개정 국어 교과에서 ‘맥락’을 강조한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기미독립선언서’란 글을 배운다면 기존에는 문단이나 뜻, 주장 같은 기능이나 지식을 중시했지만 개정 교과에서는 역사적·사회적 배경까지 학생들이 알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특징은 국어교육의 생활화다. 예전에는 읽기와 쓰기를 따로 배웠다면 이를 통합해 언어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우 교수는 “읽기·쓰기·말하기·듣기가 합쳐져 살아있는 언어활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학습하면 TV 프로그램 자막을 보다가도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매체 교육이 강화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관련 내용을 써보거나 동영상을 찍어 글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교육으로 끌어올 수 있다.

새 교과서에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예컨대 ‘메밀꽃 필 무렵’을 배운다면 아버지 때에는 이 글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지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게 한다. 코미디 프로를 부모와 함께 보며 예전과 요즘 코미디는 뭐가 다른지, 예전 유머를 엄마의 말투를 흉내내 수업시간에 발표해 보게 한다. 우 교수는 “혼자 교과서만 공부한다고 되지 않아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국어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식탁을 ‘이야기 테이블’로 바꾸세요.” 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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