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정국 해빙기류]'대화'나선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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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은 대화정치의 복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입장이다.

정국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그 부담은 상당부분 여당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3일 연속 의안 변칙처리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의 국민회의 확대 간부회의에서는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여기엔 '국회 529호실 사태' 와 관련해 '여야간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는 견해가 61%로 나타났다.

대화의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결국 국민회의는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14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건의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민회의의 극적인 방향 전환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칭찬발언 등 유화적 제스처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복원을 위한 마무리작업은 국민회의가 주도하고 있지만 과정에서는 자민련의 적극적인 협상자세가 큰 몫을 했다.

자민련은 국민회의.한나라당의 대치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정국구도가 양당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국민회의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이런 기류는 13일 3당 수석 부총무간에 이뤄진 대화복원 합의과정에서 분명히 확인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경제청문회에 참여해야만 '총리를 상대로 한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청문회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았다.

한술 더 떠 국회 529호실 사태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을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에게 건의하자는 제안을 스스로 하기도 했다.

이같은 자민련의 유연한 태도에 대해 국민회의는 "우리가 하기 어려운 일을 우당 (友黨) 이 대신 해주고 있다" 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여야 영수회담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 과정에서 하게 될 발언의 내용에 쏠리고 있다.

JP가 국회 529호실 사태에 대한 유감표시를 하기로 한 것은 야권이 국회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성의표시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야권의 경제청문회 참여와 국회의장의 고소.고발 철회 등이 일괄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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