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이종기 리스트'관련자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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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종기 변호사의 사건장부에 소개인으로 적힌 전.현직 판.검사 33명의 해명이 가지가지다.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쁜 데다 현직의 경우 오는 3월 인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무관함을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대부분은 단순소개라고 주장한다.

장관을 지낸 A씨는 "친지들이 (변호사 문의) 전화를 해오면 해당 지역에 잘 알려진 변호사 몇명의 이름을 무심코 가르쳐 준 일 정도" 라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그는 "검사가 동료들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부탁을 받게 되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 '친지 등 주위 사람들의 부탁이 들어오면 정곡으로 변호인을 선임하도록 (변호사를) 소개해 줘라' 고 후배들에게 권유했다" 고 말했다.

판사 출신 B변호사는 "대전지역에 근무한 적이 있어 李변호사를 소개했을 뿐 사건이 무엇인지, 의뢰인이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일종의 해명형이다.

항변형도 있다. 검사 C씨는 "사건 알선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몰라도 그런 적이 없는데 무슨 문제냐" 고 반문했다.

집안에 사단이 났을 경우 사돈의 팔촌이라도 법조계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법조문화가 아니냐는 반문이다.

완전 무관함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D검사장은 "사건이 터진 이후 몇번이고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李변호사와 만나기는커녕 전화한 적도 없다" 고 단언했다.

검사장을 지낸 E씨는 "사건을 단순히 소개한 적도 없는데 언론에 거명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고 명예훼손 소송제기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발뺌형도 없지 않다. F검사는 "명단을 가진 언론사에 확인해 보니 내 이름이 없더라" 고 말했지만 결국 이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뢰인에게 이름을 도용당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 G씨는 "내가 대전지역에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름이 거론된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른다" 고 말했다.

동명이인으로 확인된 경우도 있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를 지낸 두명은 조사 결과 대전지역의 검찰.법원 직원과 이름이 같아 한때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간부 H씨는 희귀한 성이라 당연히 李변호사의 사건장부에 기록된 당사자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확인 결과 대전에 똑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다 법원 직원 가운데 같은 이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I차장검사는 "94년 충남금산의 종중 임야가 제3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드러나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종친회와 협의 끝에 李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그러나 결국 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는 내용의 해명서를 대검에 보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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