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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베이징에세이]'부적'이된 마오쩌둥 사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점심 후의 나른한 오후. 베이징 (北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티코처럼 조그만 영업용 택시 샤리 (夏利) 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인데 눈앞에 자꾸만 마오주시 (毛主席 = 마오쩌둥 전주석) 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졸리니까 마오주시 (중국인들의 마오쩌둥에 대한 일반적 호칭) 의 환영 (幻影) 까지 다 보이는가 보다.

눈을 비비며 자세를 고쳐 앉고 보니 분명 헛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달리거나 정차해 있는 택시들의 뒤창 한가운데 부착된 손바닥만한 크기의 마오쩌둥 (毛澤東) 사진이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다.

중국엔 아직도 마오쩌둥 숭배자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넸더니 빙그레 웃으며 자신도 마오주시를 '모시고' 다닌다고 했다.

그가 백미러에 매달아 놓은 작은 합을 여니 과연 毛의 둥그런 얼굴이 나오는 게 아닌가.

운전기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2, 3년전쯤 대형 교통사고가 났다.

승객 중 단 한 사람의 생존자가 있었는데 그는 마오쩌둥의 열렬한 숭배자로 이날도 평소처럼 毛의 사진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문이 퍼지자 운전기사들 사이에 마오쩌둥 사진을 차 안에 모셔놓는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천안문 한가운데 걸린 毛의 초상화 또한 중국의 호신부 (護身符)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오쩌둥이 죽은 지 만22년. 그런데도 그가 이처럼 중국인들 사이에 신격화되고 있는 것은 정녕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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