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D-2] 열린 선수촌…여기는'작은 지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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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오렌지색 자전거, 영국의 붉은색 전화 부스, 쿠바의 카스트로 벽걸이 그림까지-.

▶ 자전거 오렌지족 네덜란드 하키 선수가 자국에서 가져온 오렌지색 자전거를 탄 채 무거운 짐을 끌고 선수촌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 선수촌은 건강한 젊음과 조국의 자부심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바다였다. 마지막 땀방울을 짜내려 체육관서 바벨을 들어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독일 조정선수에게선 거친 파도소리가 들렸고,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아프리카 육상선수에게선 서늘한 대륙풍이 불어오는 듯했다.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는 10일 오전(현지시간) 약 500명의 외국 신문.방송 기자단에 올림픽 선수촌 내부를 처음으로 개방했다. ATHOC가 선수촌 공사를 끝낸 뒤 해외 미디어에 시설을 공개한 적은 있으나 각국 선수들이 입촌한 뒤 선수들이 생활하는 '레지덴셜 존'을 언론에 내보인 것은 처음이다. 레지덴셜 존은 선수 숙소와 식당을 비롯, 인터넷.게임룸 등이 있는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망중한 선수촌 내 수영장에서 각국 남녀 선수들이 잠깐 짬을 내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역대 올림픽에서도 개별국가 올림픽 위원회(NOC)가 해당국 언론을 초청, 자국 선수의 모습을 공개한 적은 있으나 조직위 차원에서 전체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규모 '오픈 하우스' 행사를 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국제 기자단의 일원으로 선수촌의 숨겨진 속살을 들여다 봤다.

네덜란드 선수단은 37만평이 넘는 선수촌 안을 쉽게 돌아다니려고 아예 등받이까지 딸린 자전거를 공수해 타고 다녔다. 필드하키 선수인 구스 포겔은 "스틱이 든 무거운 가방도 쉽게 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자랑했다. 영국팀은 붉은색 공중 전화 부스와 유니언 잭이 그려진 차 '미니' 3대를 숙소 앞에 전시해 놓았다. 쿠바팀은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의 군복 차림 대형 초상화를 건물 외벽에 걸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테네 북쪽 트라코마케도네스 지역에 건설된 올림픽 선수촌에는 대회기간 1만6000여명의 각국 선수단이 생활하게 된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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