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미트볼·스파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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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엔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도 가끔씩 시켜주더니 지난해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때문인지 통 그런게 없더라고. 하긴 우리 며느리가 해주는 것만큼 스파게티나 스테이크가 맛있는 데도 없긴 하지만…. "

듣고 있는 주부 문경희 (文京姬. 41. 서울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촌APT) 씨의 표정이 한순간 움찔했다 환하게 펴진다. 큰아들 내외에 대한 원망인 듯 싶던 시어머니 임옥자 (任玉子.68) 씨의 말이 결국은 며느리 자랑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서 고부간의 미운 정.고운 정을 다져온지 벌써 18년째. 오래 산 부부는 얼굴도 서로 닮는다던가. 고부간도 마찬가지. "지난 달에도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더니 모녀간이냐고 묻더라" 는 문씨의 말처럼 어느새 닮은 꼴이 돼버린 두 사람이다.

문씨가 몇 년 전 복지회관의 1개월짜리 가정요리 무료강습에서 배운 뒤 만들기 쉽고 가족들 입맛에 맞게 조금 변형시킨 것. 보통 스파게티소스는 야채를 볶은 다음 '루' (밀가루와 버터 볶은 것을 넣어 걸쭉하게 하는 것) 를 만드는 데 그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 소스가 완성될 무렵 찹쌀가루 푼 것으로 농도를 맞춰 보았다.

"훨씬 간단하고 영양가도 더 있는 것 같더라고요. 시어머니께서도 제가 만든 소스가 덜 느끼하다며 좋아하시더군요. " 스파게티소스는 재료도 모두 다져야 하고 은근한 불에서 오래 끓여야 하므로 한번에 넉넉한 양을 만들어 두고 사용하라는 것이 문씨의 조언. 한창 식욕이 왕성한 그의 두 아들 (중3.초등학교4학년) 은 집안에서 소스냄새를 맡기가 무섭게 냉장고 문이 불이 난단다.

토스트에 발라 치즈가루를 뿌려 먹으면 피자가 따로 없고 큼지막하게 빚어 익힌 고기완자에 끼얹으면 바로 햄버거 스테이크다.

*** 만드는 법

▶재료 (4인분) =스파게티국수3백g, 다진쇠고기2백g, 양파1개, 당근1/2개, 샐러리1대, 다진마늘 약간, 양송이 (小) 2~3개, 물1. 5컵, 토마토케첩1/2컵, 포도주1큰술, 월계수잎2~3장, 소금.후추.우스터소스.버터 약간씩, 찹쌀가루1큰술

▶만드는법 = ①샐러리.양송이는 껍질을 벗겨 나머지 야채와 함께 잘게 다져놓는다.

②프라이팬에 버터를 약간 넣고 마늘.고기.야채의 순으로 넣어 약한 불에 볶는다.

③재료가 푹 익으면 토마토케첩.포도주를 넣고 함께 볶다가 물과 월계수잎을 넣은 뒤 다시 은근한 불에서 20~30분간 끓인다 (이때 토마토를 생으로 껍질을 벗겨 넣으면 더 좋다) .④소금과 후추.우스터소스로 간을 한다.

⑤찹쌀가루를 물에 겨우 풀릴 정도로 개어서 ④에 넣고 한번 더 끓인다.

⑥국수는 물이 끓을 때 소금과 함께 넣고 약 15~20분 정도 삶은 후 건져서 물기만 빼 버터에 버무린다.

⑦접시에 국수를 담고 소스를 얹은 뒤 파슬리 등으로 모양을 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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