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력시대'가 온다]정책 결정 시민단체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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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민권력의 시대' 가 오고 있다. 자발적 참여 속에 자신의 권리를 떳떳이 행사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가 약값 폭리 실태를 파헤치자 보건복지부에서 즉각 약값 인하조치를 취하고, 동강댐 건설이 주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건설교통부가 10월부터 현장 정밀 재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제 시민단체를 빼놓고는 국가의 주요 정책 의제 설정에서 결정.집행.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어떠한 과정도 얘기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은 국가의 다수 소액주주' 라는 평범한 진리가 드디어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같은 흐름은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국민의 요구도 복잡 다양화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기엔 정부의 통합.조정능력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그동안 젖혀놓았던 자신의 권리찾기와 자원봉사활동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큰 동인 (動因) 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94년 설립된 참여연대 (공동대표 金重培) 는 97년까지 4년간 등록한 1천7백여명보다 많은 1천8백여명의 회원이 지난 한햇동안 새로 등록했다.

하반기에는 매달 2백여명씩 몰리고 있는 상황.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金世中) 도 지난해 12월 22일 전국회원 5만명 돌파 기념행사를 열었다. 96년까지 2만명이던 회원이 2년새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참여연대 김기식 (金起式) 정책실장은 "예전엔 일부 전문가를 비롯, 젊은층과 화이트 칼라가 주된 회원층이었으나 최근 들어 직업과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회원이 몰리고 있다" 면서 회원의 증가가 재정자립으로 이어지고 다시 인력충원으로 연결되는 선 (善) 순환 현상을 반가워했다.

한국시민운동은 현재 '1만개 시민단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중 주요 단체들은 올해 정치.경제.환경.언론개혁을 4대 공략처로 잡고 운동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여기에 쏟아넣을 전망이다.

경실련 (공동대표 金潤煥) 상임집행위원인 박주현 (朴珠賢) 변호사는 "현재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힘쓴다면 시민운동의 미래는 무척 밝다" 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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