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드라마 '파도위의 집' 상처한 가장의 재기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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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봄을 부르는 제작진들의 정성이 뜨겁다.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의 종마목장. 내년 1월 6일부터 방영하는 SBS 드라마 스페셜 '파도 위의 집' (수.목 밤9시55분) 촬영이 한창이다.

벌판 위라 몰아치는 찬바람이 매섭기 그지없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출연자들의 코끝까지 얼얼하다.

연출을 맡은 김수룡 PD는 이 곳을 고집한 이유가 '봄이 있기 때문' 이란다.

소먹이 풀인 밀밭의 파란 싹이 드라마 속의 봄 들판을 대신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것. 사다리를 놓고 어렵사리 올라간 제작진들이 깡마른 나뭇가지에 조화를 매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목련꽃도 피어난다.

드라마 속에서 '봄' 이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을 누릴 권리를 찾아 주고 싶다" 는게 제작의도. 영세한 청바지 공장을 운영하는 서문수 (김갑수 분)가 아내 (명세빈 분) 를 여의고 소란 (조민수 분) 을 만나면서 겪게되는 사랑과 가족간의 갈등이 마지막 장면의 봄 들판을 배경으로 눈 녹듯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의 당찬 삶을 그린다.

이번 작품은 4부작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잡는다.

KBS '일요베스트' 나 MBC '베스트극장' 같은 단막극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SBS에서 완결성이 높은 단편극에 마침내 관심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파도 위의 집' 은 올해 SBS '제1회 TV문학상' 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수강생으로 있다 응모한 김혜영 (29) 씨의 당선작이다.

"조금은 진지한 어조로 쓴 작품입니다. TV 매체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사람들에게 위안을 던지는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 작품성과 영상미. 내용.소재 중심으로 흐르는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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