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국장에 감사” 이 대통령 “예우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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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전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국장으로 치르게 해주시고, 감사드릴 게 많습니다.”(이희호 여사)

“그렇게 예우하는 게 당연합니다.”(이명박 대통령)

21일 국회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이렇게 말하며 서로 예를 갖췄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회 본청 앞 김 전 대통령 빈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35분쯤이었다. 곧바로 안내를 받아 분향소에 오른 이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김 여사와 함께 잠시 묵념을 했다. 그러고는 홍업·홍걸씨 등 유가족을 위로했다.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정세균 대표,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과도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방명록엔 ‘나라 사랑의 그 마음 우리 모두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이명박’이라고 썼다. 이어 이 대통령 내외는 이희호 여사를 만나기 위해 본관 3층 유족 대기실로 향했다. 이 여사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이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대기실에서 마주 앉은 이 대통령이 먼저 이 여사에게 “위로드립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이 여사는 “김 여사님도 와주셨네요. 불편하실 텐데…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 여사는 최근 배드민턴을 치다 발목을 가볍게 다쳤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특히 이 여사는 이 대통령에게 “마음을 많이 써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에서 많이 배려해 주셔서 편하게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원 의원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때도 “(고인이) 그만한 예우를 받을 만한 업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어제 비가 와 걱정을 했는데 오늘부터 영결식(23일) 때도 (날씨가)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교사절도 많이 조문을 온다”는 얘길 듣고는 “정부에서도 일일이 고맙다고 인사하겠다”고도 말했다.

대화는 10여 분 동안 이뤄졌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 여사에게 “불편한 게 있어 말씀 주시면, 잘 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23일 국회에서 열릴 영결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영결식에만 참석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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