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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 남으세요” 상처 주는 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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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선생님이 “오늘 수업 후에 조사할 것이 있으니 다문화 애들 잠깐 남아 있어”라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그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가끔씩 다문화라는 호칭으로 놀림을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게 배려한 경우도 있다.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을 이용해 다문화 가정 아이를 불러 관련 자료에 나와 있는 것을 상담한 사례다. 격려와 지지를 해주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왜 선생님이 그 아이를 불렀는지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평택대 다문화교육관에서는 28회에 걸쳐 836명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 대상자였다. 다문화 교육을 학부모까지 확대하게 된 것은 다문화 교육을 받고 간 초등학생이 집에 가서 “엄마, 나 오늘 다문화 교육을 받았어요”라며 경험한 내용을 부모에게 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다문화 교육을 받게 해달라는 건의를 해온 것이다.

얼마 전까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 대해 혼혈아동, 코시안 자녀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당사자들은 이 호칭에 많은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다문화, 다문화 가족,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로 순화하긴 했지만 이런 용어로 자신들을 범주화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구분하는 것에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문화,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용어는 정책적 용어이고, 편의적으로 제3자를 지칭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교실에서 “오늘 수업 후 다문화 잠깐 남아 있어”라든가, “다문화 학생 이리 나오세요”라는 식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로 인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클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일이나 정책들이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문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건강한 민주주의 이념은 다수를 위한 사회이면서 소수의 의견과 권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도 마찬가지다. 다문화 시대,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김범수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