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단체 경영혁신 시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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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국립공원관리공단.대한지적공사 등 일부 정부 산하단체들의 경영혁신 작업이 시늉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사를 줄였다고 해놓고서는 민원실로 둔갑시켜 계속 유지하는가 하면, 인건비를 줄인 뒤 사업비를 떼내 인센티브 상여금으로 주는 등 편법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위원회는 27일 "공기업, 출연.위탁기관, 출연연구기관 등 64개 정부 산하단체의 경영혁신 추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기관의 실적이 부진했다" 며 "정부의 경영혁신 지침을 연말까지 실천하지 않을 경우 기관장 문책 및 예산삭감 조치를 취하겠다" 고 밝혔다.

기획위에 따르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의 경우 2백46개 지사를 1백61개 지사로 35% 감축한 것으로 실적을 제출했으나 실제로 이중 27개 지사는 이름만 민원실로 바꿔 계속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인건비 중심으로 경상비를 44억원 삭감토록 했으나 22억원만 삭감하고, 사업비에서 22억원을 빼내 이중 16억원을 인센티브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대한지적공사의 경우 지적측량 수수료를 내년 1월 1일부터 10% 인하토록 했으나 종목별로 인하폭을 달리해 수요가 적은 종목 위주로 인하, 실제 인하율은 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감정원은 일용직이 지난 1월 (58명)에 비해 2.7배 증가한 1백55명으로 늘어났고, 원자력병원.정신문화연구원은 노조의 반대와 장기간의 기관장 공석으로 조직.인력 감축이 지연되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은 7백5개 정부 산하기관의 9%인 64개 기관에 불과해 조사대상을 확대했다면 이같은 '눈가리고 아웅' 식의 사례는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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