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포철특감]'표적감사'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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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포철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는 방대한 규모로 진행됐다.

현정권 들어 지난 4월 전체 공기업 감사과정에서 한번 들여다봤고, 8월부터 60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

두달의 감사기간도 연장했다.

김만제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 시기인 10월 29일. 그런 규모에 맞게 25일 발표한 감사결과는 포철 내부를 철저히 파헤친 흔적이 드러난다.

올해초 대통령직 인수위때 만든 '포철보고서' 에 담긴 의혹 (삼미특수강 인수.하와이 콘도 매입.그린호텔 매입.도곡동부지 매입)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직원들의 카드 사용내역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金전회장을 고발하고, 7명의 임직원 수사의뢰.1명 고발의 성과를 올렸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포철과 그 계열사의 변칙 회계처리.무리한 투자.뇌물 등 심각한 경영난맥 실체를 잡았다는 것. 그러나 金전회장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는 뇌물이 적발되지 않았다.

4년간 재임중 기밀비 53억원을 변칙적으로 만들어 쓰면서 그중 4억2천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이를 놓고 형평성 시비가 있다. 회장이 비서실 직원들에게 임원들의 도장을 맡겨두고 비자금을 변칙적으로 조성한 것은 金전회장의 주장처럼 '관행' 의 측면이 있기 때문. 공기업의 기밀비 사용과 관련해 횡령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감사원은 지난해 공기업 감사때 기밀비를 유용한 사장에 대해 '인사자료 통보' 라는 경 (輕)징계 결정을 내렸었다.

그래서 '표적감사' 란 지적이 정.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배임 관련 부분도 구체적 금품을 대가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고발대상 혐의로 결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논란의 소지 탓에 24일 감사원의 공식입장을 결정하는 감사위원회에서 일부 감사위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며 반발했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가장 큰 의혹이 일었던 정치자금유입 부분은 밝히지 못했다.

감사원은 "현금으로만 사용해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 설명했다.

金전회장은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만 얘기한다.

그러나 9조원의 매출액에 수십억원의 기밀비, 수백억원의 업무추진비를 쓰는 초대형 기업인 포철에 정치자금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 추측. 따라서 검찰에서 金전회장을 조사할 경우 정치자금 내역이 일부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에서 밝히겠다" 는 金전회장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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