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본부장조사]15대그룹 내년 허리띠 더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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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계는 내년에도 투자를 줄이고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며 임금을 동결하는 등 계속 허리띠를 바짝 조일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실천.재무구조 개선 등 현안이 산적해 일을 벌일 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고용 사정이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과연 어느 정도나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본지가 25일 현대.삼성.대우 등 15개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조사한 결과 12군데가 올해보다 투자를 축소하거나 동결할 방침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대우.SK.금호.한솔.포철 등 6개 그룹은 투자를 20~50% 줄인다는 방침 아래 세부계획을 입안 중이며 현대 등 여섯군데도 동결 또는 감축을 검토 중이다.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한화.효성.대림 등 3개 였으나 올해 투자가 워낙 미미한데 따른 상대적인 증가세였을 뿐이었다.

매출 목표도 LG.SK.한화.금호 정도만 10%이내에서 소폭 늘려 잡았을 뿐 나머지는 축소 또는 동결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5대 그룹 등 상당수는 빅딜과 계열사 축소.사업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데 따른 변수가 많아 내년 경영의 기본방향만 정해놓은 채 아직 세부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태일 (金泰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환율.금리.세계경제 동향.구조조정 추이 등 불확실 요인이 워낙 많아 대기업들이 경영계획 확정을 미루고 있다" 면서 "내년엔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인 경영이 주류를 이룰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채용과 관련, 대부분 그룹이 '부족한 일부 인원만 충원하겠다' 는 반응이어서 예전같은 대규모 공채는 내년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대우.LG 정도가 소폭의 그룹차원 공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원 바람은 올해보다 다소 약해질 전망이나 SK.금호.효성 등 3개 그룹은 감원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임금은 한솔그룹만이 인상을 검토하고 있을 뿐 나머지 14개 그룹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내년말 환율은 대개가 달러당 1천2백~1천2백50원으로 점쳤지만 급변동 가능

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연말금리 (회사채 수익률) 전망은 6~12%로 크게 엇갈렸다.

한편 각 그룹은 경기저점을 내년 2분기 또는 3분기로 내다봤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극복시점은 2000년 이후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재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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