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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설명 어려워도 효험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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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의학계에서는 최근 한 '사건' 이 있었다. 저명한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이 '대체의학 특집호'를 내고 6편의 대체의학 임상결과를 실은 것. 양방으로 치료가 어렵던 과민성대장증상이 한약처방으로 효과를 나타냈고, 태아가 거꾸로 들어 선 임산부에 뜸을 떠 태아의 위치를 바로 잡는데 효과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JAMA 조지 룬드버그 편집장은 이번 주만도 80여 편의 대체의학 관련 기사를 JAMA와 다른 저명 의학저널에 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대체의학 진료를 받은 이는 전 국민의 40%인 8천3백만 명.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도 무려 4백여 종이나 된다.

이는 현대인들의 골칫덩이인 만성 퇴행성 질환에 대체의학이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이 속속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식이요법이나 요가 등으로 아프기 전 예방하려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도 한 몫 한다.

국내에서 대체의학 요법들로 꼽히는 것은 40여 종. ▶손이나 발의 특정 부위에 자극을 가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수지침과 반사 요법 ▶벌침으로 치료한다는 봉침요법 ▶마음과 몸을 동시에 치료한다는 심신요법 ▶손으로 척추신경을 제자리로 돌려 병을 치유한다는 카이로프랙틱 ▶전자적 자극을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자기 요법 ▶열이 날 땐 더욱 열을 내게하고 아플 땐 통증을 더욱 강화해 치료한다는 동종요법 ▶장세척.단식.녹즙 등을 이용한 식이 요법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대체의학회 (회장 吳洪根.신경정신과원장) 도 설립했는데 현재 회원은 1백70여 명. 이 중 의학박사만 1백여 명이다. 매달 한차례 토론회를 열어 외국의 연구동향과 각자의 임상경험을 나누고 있는데 일반인의 참가도 크게 늘고 있다.대체의학자들이 추산하는 민간요법 비용은 줄잡아 20조원. 한의학을 포함해 공식의료기관에 지출하는 의료비와 맞먹는 액수다.

따라서 실제 효과가 있는 대체의학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엉터리와 구별해 내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의학과 사이비 민간요법의 차이점은 진단과 치료의 과정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놓은 나름의 체계가 있느냐 없느냐 는 것" 이라고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숙 (朴恩淑) 과장은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이비' 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면허체계나 정규 교육기관의 인정이 드문 대체의학의 약점을 이용해 중국이나 외국의 국가기관의 면허를 여러 개 땄다고 강조하고 여기저기 붙여놓는다.

둘째 '내가 똑같은 증상을 10명 봐서 10명 다 완치했다' 는 식의 완치율과 경험을 자랑한다. 朴과장은 "기적의 약도 1백%의 완치율이란 없다" 고 강조한다.

셋째 표준화된 약을 만들어 놓고 '이것만 먹으면 낫는다' 고 꼬인다. 대체의학의 가장 큰 특성은 개인의 고유한 특성 존중. 따라서 표준화된 약 한 개로 질병을 한꺼번에 고친다는 것은 어불성설 (語不成說)이다.

넷째 현대의학을 무조건 비방하고 전혀 신뢰하지 말라고 한다. 吳회장은 "아직까지 대체의학은 현대의학의 보조개념" 이라며 "반드시 기존 의사와 상의한 후 환자 스스로 3~6개월 정도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대체의학 진료를 받으며 치료 전 후의 변화를 살펴보는 주의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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