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떨어지나]신용상향 가능성에 달러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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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식.원화가치를 끌어올릴 내부 호재가 바닥나자 이번에는 외부의 초대형 호재가 터졌다. 특히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란 호재는 그동안 금리하락.경기회복이란 내부 호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급락하는 환율 =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조정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곳은 외환시장이다. '투자부적격'이란 딱지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던 달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원화가치가 급등해 환율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내기업.금융기관들이 달러형태로 가지고 있는 거주자 외화예금도 1백30억달러 안팎에 이른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고 이로 인해 환율이 떨어질 것이 확실해진다면 거주자 외화예금을 가지고 있을수록 환차손이 커지기 때문에 이 물량이 또 달러 공급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소시에떼제네럴 은행 사공웅 딜러는 "현재도 달러 공급 우위상태인데 거주자 외화예금까지 매물로 나온다면 달러당 1천원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21일 외환당국이 시중은행의 부실 외화자산 매입 날짜를 앞당기는 방법으로 시장개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은 5억달러어치를 팔지만 성업공사는 약40%선인 2억달러 밖에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원화와 달러화 자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손실분 (3억달러)만큼 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한다.

◇ 주식시장의 떼몰이 현상 = 개별종목의 실적여부에 관계없이 종합주가지수의 흐름에 따라 종목들이 한꺼번에 오르내리는 현상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이날도 무디스의 한국신용등급 상승가능 소식이 전해지자 종목에 구분없이 일제히 상승, 무려 40포인트 이상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상한가 종목 3 백개를 포함해 7백76개 종목이 상승했다. 증권주는 전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전형적인 금융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 환율 급락으로 시중금리를 한 단계 더 낮출 여지는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시중 실세금리 하락세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금융당국이 더이상 공금리추가 인하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시중 실세금리도 한단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경민.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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