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FM'우리가락…'27일 임동창의 풍류방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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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피아노 산조'. 낯설게만 느껴지는 말이다. 산조란 원래 대금이나 가야금 같은 국악기에 해당하는 음악이니 그럴 법도 하다.

"중국 진나라에서 건너 온 칠현금도 왕산악이 거문고로 만들기 전엔 우리 음악을 위한 악기는 아니었죠. ". 전통음계를 바탕으로 피아노 산조를 개발하고 있는 임동창이 동서양 음악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 품곡마을에 자리한 임씨의 작업실 '풍류방'. 27일 방송되는 EBS - FM '우리가락 노랫가락' (104.5㎒)의 녹음현장은 그야말로 재즈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먼저 대금의 명인 이생강이 피리를 나란히 붙여서 만든 쌍피리를 잡았다. '대니보이'로 피리가 날쌔게 달리기 시작하자 피아노도 덩달아 소용돌이가 되고, '고요한 밤…'으로 피리가 유유자적하면 피아노의 물결도 한없이 잔잔하고 깊어진다.

백인영의 가야금, 김일구의 아쟁 등과 한 소절씩 던지고 받으며 엉기는 대목에선, 일합씩 주고 받는 고수들의 결투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긴장감이 감돈다.

명창 김수연의 '심청가'로 이어지자 풍류방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피아노를 연주하다가도 "직일 놈, 자~알한다" 라며 흥을 넣는 임씨. 그는 아쟁과 협연무대를 가졌던 86년부터 자신을 국악인이라고 '고집'한다.

"산조를 서양 악기에 녹이겠다" 며 이를 악무는 모습에선 국악의 영역을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는 그의 실험정신이 번득인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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