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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十字배열 종말론 사실 무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세기말이 가까워져 오면서 지구 종말에 대한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서에서 내년 8월 18일께 태양계의 행성들이 거대한 십자가 (그랜드 크로스.그림 참조) 모양으로 배열될 것이며 이것이 종말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천문대는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론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내년 8월 18일에는 이런 현상 자체가 없다는 것. 천문우주기획이 최근 이날의 행성 배열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상해본 결과 전혀 십자가 모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만의 하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해도 이는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 수십억년 태양계 역사에서 행성들이 돌고 돌다보면 얼마든지 열십자 비슷한 배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랜드 크로스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세기말인 99년에는 천문학적인 종말 현상은 없다는 게 천문대측의 견해다. 흔히 지구 종말의 근거로 제시되는 천문우주현상은 그랜드 크로스 외에 ▶혜성 혹은 소행성과 지구 충돌 ▶행성 직렬 ▶외계인의 침공 등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99년에는 지금까지 궤도가 밝혀진 혜성.소행성의 지구충돌은 전혀 없다는 것. 물론 갑자기 소천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 무시해도 좋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금성.화성 등이 죽 늘어서는 행성 직렬도 지구 종말과는 관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천문대 박석재박사는 "행성들이 죽 늘어서도 달이 만드는 기조력의 수만분이 1에 정도에 불과하다"며 "행성 직렬로 바다가 갈라지고 해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종교단체 등이 미확인비행물체 (UFO)를 외계인의 침공과 연계시키는 것도 터무니 없다고 천문학자들은 지적한다. 미국은 그간 꾸준히 외계 생명체와 교신을 시도해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인하기 쉽지않은 물체나 현상이 공중에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들이 공습한다는 것은 비약이라는 견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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