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상사 지시받고 새벽 출퇴근 교통사고 땐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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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9일 상사의 지시로 새벽에 회사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진 서모씨의 유가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근무시간이 아닌 심야에 상사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출근했고, 그 시간에 통근버스 등이 다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퇴근하다 난 사고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건물 관리자인 서씨는 "새로 설치한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을 점검하라"는 회사 간부의 지시로 오전 1시30분쯤 시스템을 살펴본 뒤 오전 3시쯤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금까지 법원은 '회사 통근버스 등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만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자가용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는 산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부는 이 기준을 완화해 적용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씨가 회사에 나온 시간이 평상시 근무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공무원이 출퇴근 중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통근차량의 이용 여부에 상관없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고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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