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앙드레 가뇽 '르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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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컴퓨터 통신 CF에 출연한 영화배우 한석규가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지난 6월 첫 내한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앙드레 가뇽 (52) 의 '바다 위의 피아노' 다.

TV드라마는 물론 카페나 커피 전문점에서 자주 흐르고 있는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 연주. 국내에서 그의 1집 앨범 '모놀로그' 가 6만장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얼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멜로디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아 배경음악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투적인 화성 진행이나 선율 전개로 값싼 센티멘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 반복과 변화 등 탄탄한 클래식 음악의 기본기를 갖추면서도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감성을 따뜻하고 애정어린 손결로 어루만진다.

모차르트와 쇼팽.라흐마니노프의 소품에 담긴, 세밀화 (細密畵) 같은 군더더기 없이 압축된 정서가 오히려 감동을 준다.

최근 음반 중 백미를 골라 뽑은 2집 '르 피아니스트' (소니 클래시컬.02 - 3488 - 2846)에서도 평범하지만, 은은한 향기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카페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피아노 소품을 연상하게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선율의 매력이 전편에 걸쳐 흐른다.

'어느 즐거운 일요일' '강에서 바라본 풍경' '작은 왈츠' '우울한 밤' 등 4~5분짜리의 단편들은 송년 모임의 정겨운 대화에 동반자로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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