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 데뷔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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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30세가 되기 전에 확고한 명성을 쌓거나 세계 굴지의 콩쿠르에 우승하지 않으면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기 어려운 게 음악계의 실정이다.

음악회 청중과 음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실력있고 예쁜 10대 소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 발돋움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이후 마땅히 괄목할만한 신인을 찾아 보기 힘들던 차에 영국서 성장해온 김소옥 (16) 양의 출현은 음악계의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바로크합주단의 데뷔콘서트에서 로버트 쾨니히 지휘로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을 연주한 김양은 첫 고국 무대라는 부담감에도 시종 여유있는 표정과 빈틈없는 집중력으로 충분한 음악성과 연주능력을 선보였다.

연주자의 수준은 대개 음악이 시작한 후 3분 이내에 판가름나게 마련. 김양은 처음부터 개성있는 음색과 해석으로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1악장에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앙상블 감각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빈틈없는 집중력으로 질풍노도와 같은 격정과 온화한 서정으로 어우러진 브루흐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단순히 눈부신 기교나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단편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후 좌우의 문맥으로 음악을 큰 강물처럼 흐르게 할 줄 아는 연주자였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은 관악 파트의 보강으로 앙상블이 깨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으나 독주자 못지 않는 탁월한 개인 기량으로 약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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