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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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 서해바다 연꽃섬 하의도에서 태어나

85년의 생애를 이 땅 한반도에 바친 님이여

지난 5월 경복궁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자식을 잃은 아비처럼 통곡을 하던 님이여

휠체어에 앉은 채 권양숙 여사의 두 손을 잡고

마냥 우시더니 오늘은 훌쩍 떠나시는 님이여

가시는 순간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주시고

가시는 순간까지 민주주의와 통일을 부르짖은

그대는 하느님께서 호명한 민족의 지도자였다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아나선 우리들의 한반도 그리운 영혼이었다

역사가 불러 민중과 함께 한 하이얀 넋이었다

1924년, 서해바다 연꽃섬 하의도에서 태어나

85년의 생애를 이 땅 한반도에 바치신 님이여

35년의 일제식민지, 분단 64년의 세월 속에서

식민귀신 분단귀신이 회오리바람 일으켰을 때

님이여, 그대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였다

불사조, 불사조로 한반도의 창공을 날아올랐다

그리하여 님이여, 님은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에

민주주의의 푸르른 깃발을 꽂았다 민주주의만이

남남통일을 이루고 민족분단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지도자가 그대였다

미움과 증오뿐인 저 절벽, 절벽의 세월 속에서

우리 것도 아닌 Right와 Left의 파열음 속에서

더욱 그리하여 님이여, 님은 직선과 평행선으로만

달려온 우리들에게 곡선曲線의 미학을 실천하였다

‘빛도 휘고 하늘도 휜다’고 말한 아인슈타인 박사,

그의 상대성이론(E=mc²)을 예증이라도 하듯이

님은 곡선이 용서와 사랑의 가는 길임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동쪽과 서쪽, 남과 북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님이여, 서해바다 연꽃섬 하의도에서 태어나

85년의 생애를 이 땅 한반도에 바치신 님이여

하느님께서 우리들 역사 속에 호명한 민족의 지도자여

이제 그대의 생애와 영혼은 하늘에 불사조로 퍼덕이고

참으로 그러하다! 통일은 저렇듯 뚜벅뚜벅 걸어온다

남북 사람들이 순한 양떼처럼 백두대간을 오르고 있다

아 가시는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하나 됨 속에서 용서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하소서

꽃들이 새로 날고 새가 꽃으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여 아아 제비꽃처럼 향그런 그날을 위하여

김대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하늘에 바친다!

죽고 못살도록 그리운 한반도 땅 위에 바친다!

2009년 8월 18일, 合掌!

김준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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