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패할지라도 약물은 절대 않는 전설로 남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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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약물은 절대 안 합니다. 왜냐고요? 전설로 남고 싶거든요.”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는 일각의 금지약물 복용설에 단호했다. 그의 초인적인 스피드에 국제육상연맹(IAAF)도 수시 도핑검사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터다.

2009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인 지난 15일 베를린 시내 한 훈련장에서 연 인터뷰에서 기자가 최근 자메이카 대표선수들의 약물 양성반응 보도 얘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다. 그는 “내 동료들이 정말로 그랬다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만 나와는 무관한 일이고 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볼트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개의 세계신기록을 쏟아낸 이후 외국 언론들로부터 약물 복용 의혹을 받아왔다. 결승선을 앞두고 속도를 줄이고, 끈이 풀린 스파이크를 신고도 엄청난 스피드로 세계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최근 자메이카 선수들의 금지약물 양성반응 문제가 불거지자 볼트가 관련돼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혹시 기록 단축 욕심 때문에 금지약물에 대한 유혹이 없었는지 질문했다. 그는 “내게는 세계신기록이나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30년 후 전 세계 육상 팬들이 ‘올바른 길을 걸은(doing the right thing)’ 스포츠계의 전설로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설로 남으려면 절대 약물 같은 것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패한다고 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볼트가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을까. 그의 비결은 즐기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유명세를 겪는 건 솔직히 기분 좋다. 어딜 가도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하고 고맙다”면서도 “난 즐겁게 운동한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풀지 않으려면 열심히 훈련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스파이크를 꺼내 보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금색 스파이크에 키스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 대회엔 오렌지색 스파이크를 신었다. 고국 자메이카에서 자라는 얌(감자의 일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스파이크에 대해 그는 “이번 대회는 푸른색 트랙에서 펼쳐져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스파이크 상단에는 ‘특별한 하나만이 존재한다(There can only be one)’고 새겨져 있었다. 그는 이 문구를 가리키며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며 웃었다.

베를린=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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