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면작전…적과접촉 심리전 되레 北에 당한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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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훈 중위 사망과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훈 중사가 구속된 이유는 북한군과의 접촉 때문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적과 내통한 혐의다.

'대면 (對面) 작전' 의 수칙에서 크게 벗어나 적을 이롭게 하는 수준까지 갔다는 것이다.

군의 대면작전은 군당국이 장려하고 있다.

전방초소.비무장지대.판문점 경비구역에서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우리 군이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군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북한에 비해 체제나 경제적으로 우월한 남한의 실정을 알려줘 북한군에 심리적 타격을 주자는 것. 물론 金중사처럼 북한의 적공조 (敵工組.적와해 공작조)에 거꾸로 포섭되는 실패사례도 있다.

대면작전은 계획에 따라 군지휘부의 지시를 받아 실시하며, 작전결과도 당연히 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 작전은 1백55마일 전선 (戰線)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봄철에 집중된다.

봄이 되면 북한군이 식량을 구하거나 비무장지대 안의 작전통로를 보수하기 위해 활동이 늘어나 접촉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백40여회의 접촉이 있었으며 올해는 1백90여회로 늘었다.

대면작전은 대부분 확성기를 통해 이뤄진다.

간혹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는 말뚝을 보수하기 위해 양측이 미리 확성기로 약속한 뒤 작업장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때 담배를 건네주거나 말을 붙이기도 한다.

80년대초까지 북한이 대면작전을 먼저 펴왔으나 90년 이후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우리군이 주도권을 잡았다.

식량난으로 휴전선을 통한 북한군의 귀순이 잦아지자 북한군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장병들이 만나자고 해도 북한 사병들이 피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金중사의 북한군 초소 방문과 접촉은 대면작전 차원에서 사전계획이나 보고과정이 없었다.

더구나 JSA 구역에서 북한군 경비병들은 노동당 비서실 지휘 아래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장교급 요원이다.

반면 우리 쪽은 유엔사의 지휘를 받아 심리전 활동이 취약해 자칫 '제2의 金중사' 가 나올 수도 있어 대북 심리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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