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부대원들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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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金拓) 예비역 중장은 최근 아들의 부대원들과 접촉한 결과 金중위 사망 당시의 부대상황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고 밝혔다.

부대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도 우리 경비병들의 북측 접촉 사건이 적발됐으나 간단한 징계로 마무리됐으며, 구속된 부소대장 김영훈 중사는 주로 야간근무를 도맡아 주간근무를 한 사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대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부대상황을 알아본다.

◇ 북 접촉 발각 사건 = 지난해 2월 일병 2명이 북측이 건네준 물건을, 金모 병장이 북측 편지를 각각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막사에 보관하고 있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이같은 접촉 사실이 상부에 알려져 반성문을 썼다.

그러나 당시 중대장은 화를 내면서 "더 크게 당하고 싶으냐" 며 반성문을 불태우라고 지시했다.

부대원들은 이와 관련, 안기부의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중대장과 대대장이 중간에서 무마했다.

이들 3명은 15일간 영창을 살고 金병장은 한국군 부대로 전출됐다.

◇ 부소대장 행적 = 金중사는 북한측과 만난 뒤 술에 취해 돌아왔지만 그들과 어떤 얘기를 했는지 밝힌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떤 날은 술안주를 마련하기 위해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나간 적도 있었다.

북측과 만난 장소는 주로 북측 1초소 앞 계단으로 한번에 1시간30분 정도 술을 마시고 돌아오곤 했다.

15~45일을 주기로 5일간씩 투입되는 판문점 근무 때마다 1회 이상 북측과 접촉을 가졌다.

金중사는 북측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대가로 신문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부대원들은 북한측이 물건을 받기보다 신문을 받기를 좋아했으며 남측 신문이 북측 병사의 진급에 상당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또 金중사가 북측과 접촉한 사실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접촉한 것은 북측이 접촉사실을 빌미삼아 위협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변용관 상위 귀순 = 지난 2월 3일 새벽 판문점 늪지대를 통해 변상위가 귀순했을 때 당시 중대장은 우리측에도 북측과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 부대원들의 북한접촉 사실을 상급자들이 잘 알고 있음을 밝혔다.

북측은 당일 회담을 통해 납치라고 주장하며 "남측이 납치했으니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도 똑같이 시행하겠다" 고 주장했다.

◇ 부대생활 = 부대원들은 판문점 근무에 투입되기 전은 물론 수시로 북측과의 접촉 금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내용은 ▶적과 일절 말하지 말라 ▶손짓도 하지 말라 ▶적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보고하라 ▶적이 총으로 장난을 칠 경우 북측병을 사살해도 아무런 죄가 없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중대장이 야간에 순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부대원들은 북한 물건을 습득하면 중대장으로부터 1박2일의 외박을 받았기 때문에 북측과의 접촉에 대한 경계심이 풀린 상태였다.

특히 金중사의 잦은 북측 접촉으로 金중사 소대는 3개월에 한번씩 실시되는 평가 때마다 북한 습득물 점수에서 1등을 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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