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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셰어 신곡'빌리브' 영국서 6주째 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지금 영국 싱글차트 1위는 올해 52세의 노장 셰어의 노래 '빌리브' 가 독식하고 있다.

데뷔 첫주에 정상을 밟아 무려 6주째다.

국내 반응도 대단해 2주째 FM방송 회수 1위를 달리고 있다.

첨단 테크노와 70년대 디스코를 버무린 이 노래는 신나는 리듬의 댄스곡. 기계음을 덧씌워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셰어의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다.

성형수술을 거듭해 마치 외계인 같은 그녀의 관능적인 모습도 인기 비결의 하나. 무엇보다 화제는 70, 80년대 TV.영화까지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그녀가 이 노래로 은퇴에 가까웠던 90년대의 시련을 극복한 점이다.

특히 한동안 히트곡을 내지 못했고 영화 출연 교섭도 거의 없었던 그녀에게 올 1월 전남편이자 미 상원의원이던 소니 보노의 사망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당신이 떠난 뒤 너무 슬퍼 그 사실을 믿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사랑이 떠난 뒤의 삶을 믿을 수 있나요' 라는 가사의 이 곡이 성공한 것도 소니와 이별로 인한 슬픔이 절절히 배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셰어는 국내에선 65년 소니 보노와 함께 부른 '아이 갓 유 베이브'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60년대 듀오 '소니 앤 셰어' 및 솔로로 '베이비 돈 고' '뱅뱅' 등의 히트곡을 남겼고, 71년에는 TV시리즈인 '소니 앤 셰어 코미디 아워' 를 진행하며 전천후 인기를 누렸다.

74년 소니와 헤어진 뒤 음악도 계속했지만 그녀의 진가가 드러난 쪽은 영화였다.

아랍계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신비스런 용모와 타고난 연기력 덕에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실크우드' (83) 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마스크' (85) 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고 미래의 시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과부로 나온 '문스트럭' (87) 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스트윅의 악녀들' (87) '귀여운 바람둥이' (90) '플레이어' (92) 등에 출연하며 영화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90년대 시련기에 들어섰다.

이제 그녀는 '빌리브' 의 대성공과 프랑코 제피렐리의 새 영화 '무솔리니와 함께 차를' 의 주연까지 따냈다.

특히 세계 팝의 흐름을 이끄는 영국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점은 가수 셰어의 새 출발을 의미한다.

50대 가수가 최첨단 음악을 만들고, 이를 인정해주는 대중이 있다는 사실은 10대 가수만 판치는 국내 현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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