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타살 가능성”국방위 잠정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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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국방위는 9일 "지난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사망한 김훈 (金勳.25) 중위가 북한군에 포섭된 부대원들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金중위 사망사건과 부대원의 이적행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합동조사단은 金중위 사망에 대해 자살과 타살 두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원점에서부터 재수사할 예정이다.

金중위가 북한군에 포섭된 부하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대대적인 관계자 문책은 물론 안보정책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국방위 = 국방위 '김훈 중위 사망사건 진상조사 소위' 는 金중위가 북한군과 수십차례 접촉한 행적이 드러난 부대원들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영수 (韓英洙) 국방위원장은 "지난 2월초 북한군 변용관 상위의 귀순 이후 북한이 '보복하겠다' 는 협박을 했으며, 같은달 24일 金중위가 의문사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북한측에 포섭된 병사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하경근 (河璟根) 소위 위원장은 소위 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金중위가 타살됐다고 볼 만한 정황증거가 많다" 고 밝혔다. 河위원장은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중인 김영훈 중사는 이적행위를 했다는 의심이 상당히 있다" 고 덧붙였다.

소위 조사결과 金중사는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발각을 피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돌려놓도록 조치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金중사가 북측에 국내 일간지를 건네준 사실 등도 밝혀냈다.

한편 JSA 내 경비병 중 예비역을 포함, 모두 42명의 병사들이 북한군과 접촉했으며 이중 4명은 이미 포섭됐다고 2월 귀순한 변상위가 소위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상위는 또 판문점 인근 북한군 부대에 있는 친구에게 들은 얘기라며 "김정일 (金正日) 생일날 판문점 인근 국군 부대 병사 한명이 생일 축하 화분과 족자를 북한군 병사에게 전달하며 이를 김정일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는 내용도 진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국방위에서는 군 수사당국이 변상위 진술을 확보하고도 진상파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金중위 사망사건 관련 문서를 변조하는 등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소위 위원들은 국방부가 제출한 'JSA 경비소대장 사건 상황조치' 문건이 원문 내용이 축소.누락되는 등 문서변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애초 원문에 있었던 '사건 당시 총성이 있었다" 는 대목 두 군데와 김동신 (金東信) 연합사 부사령관의 상황조치와 관련한 대화내용 일부가 누락됐다고 지적했으며, 사고 당시 상황보고서 작성자도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 군당국조치 = 천용택 (千容宅) 국방부장관은 "JSA 내 북한군 접촉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이같은 행위를 발본색원하는 한편 金중위 사망사건도 출발점부터 다시 재조사하라" 고 특별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했다.

합동조사단은 양인목 (梁寅穆.육사 22기) 중장을 단장으로 국방부 합동조사단.기무사.정보사.군검찰.민간검찰로 구성된다.

합동조사단은 JSA 근무병 1백여명 전원을 소환, 이들의 북한 접촉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JSA에서 근무하다 지난 94년 이후 전역한 2백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전원 검찰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金중위가 지난 1월 소대장으로 부임한 뒤 군기문란 실상을 확인하고 제재에 나서려다 김영훈 중사 등 소대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 고 밝혔다.

한편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한국군 경비병의 북한군 접촉과 김훈중위 사망 사건과 관련, "이들 사건은 과거 정권 때 이뤄진 것이지만 정부는 철저히 조사해 국민의 의혹을 불식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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