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위기 자민당 … 민주당은 “단독 과반 확보가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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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 총리(左)가 17일 도쿄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 토론에 앞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右와 악수하고 있다. 아소 총리의 표정이 다소 굳어 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일본의 상징’이었다. 태평양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일본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이끌어주면서 일본인들은 사실상의 ‘자민당 1당 독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일본은 오랜 세월 1955년 출범한 자민당의 설계대로 나라가 움직여왔다. 그러나 정책·인물·혁신 부재로 리더십을 상실한 자민당은 침몰의 위기 앞에 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집권하면 외교 정책에 대해선 완전히 새 판을 짜고, 정권 교체의 최대 배경인 국내 통치구조와 재분배 정책에 대해선 ‘혁명’에 가까운 변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한·일은 물론 미·일 관계도 정권 교체의 ‘쓰나미’를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진보 혁신을 지향하고 있어 민주당의 외교정책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엔 우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대체할 국가 추도시설 건립과 종군위안부 문제 사죄와 배상을 검토하는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분쟁의 불씨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하토야마는 이날 당수 토론에서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허용에 대해서도 “전향적(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사회가 보수화된 데다 민주당에도 우경화 성향이 강한 의원들이 적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도 대화로 풀자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자민당과 같은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민주당의 ‘급진성’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책공약에 ‘대등한 미·일 동맹 구축’을 내걸었다. 오키나와(沖縄) 주둔 미군에 대해서도 ‘해외 이전’을 주장하는 등 자주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통치 구조 변화=하토야마는 이날 “집권 즉시 국회의원 100명을 정부 부처의 부대신·정무관 등으로 내려 보내 관료를 장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대신·부대신·정무관을 맡고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직업 관료들이 실권을 장악하고는 평생 밥그릇을 챙기는 구조를 뿌리뽑아 정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리 직속으로 ‘국가전략국’과 ‘각료위원회’를 신설한다. 각료위원회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대표를 참여시키고, 정부 예산의 지방 이양을 통해 자치권한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 생활 변화=출산 여성에게는 55만 엔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모든 어린이에게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달 2만6000엔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공립고의 수업료가 무상화되고 매달 7만 엔의 최저보장연금이 지급되는 등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통해 빈부 격차 확대에 대한 국민 불만을 해소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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