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안게임]이동국-김은중 아픈만큼 성숙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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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직은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겁없는 아이들' 이동국 (19.포항) 과 김은중 (19.대전) 둘중 누가 국제무대에 더 강할까.

이동국은 최연소 월드컵대표였고 국내 프로축구 인기 조성에도 큰 몫을 했던 고졸 스타. 김은중 역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8세에 프로무대에 나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탁월한 공격수다.

지난 10월 함께 출전한 19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이동국이 5골, 김은중이 4골을 넣으며 한국 2연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 국제무대' 인 아시안게임에 나서자 '철없는 아이들' 이 되고 말았다.

이동국은 지난 2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하는 일 없이 공만 쫓아다니다 경기가 끝나고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는 질책을 받아야 했다.

이동국 대신 후반에 투입된 김은중도 1m80㎝가 훌쩍 넘는 투르크메니스탄 '어른들' 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같은 스트라이커지만 둘은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이동국이 빠른 슈팅과 묵직한 돌파력이 돋보인다면 김은중은 문전에서의 유연한 몸놀림으로 수비진을 흐트러뜨리며 터뜨리는 감각적인 슈팅이 장기다.

공교롭게도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특기로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동국은 스스로 득점 찬스를 만드는 개인기가 부족하고 김은중은 몸싸움과 파워에서 밀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국내 프로무대와 청소년대회에서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이같은 단점들이 험난한 국제성인무대에 서자마자 당장 발목을 붙잡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드러났다.

허정무 감독은 대회참가 이전부터 "이들을 주전 공격수로 기용한 것은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서지 충분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 고 강조해 왔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누가 더 먼저 성숙할까. 그것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관건이다.

방콕 = 특별취재반 체육부=최천식 차장·이태일·성호준 기자 사진부=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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