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좋은 한 편의 시는 우리의 지친 영혼을 맑게 씻어 주기도 하며, 구원과 희망의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시인이 정말 좋은 시 한 편을 빚어내기 위하여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하며 일생을 걸기도 하는 소이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시조는 정해진 틀 안에서 시적 감동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관념의 허상 좇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조를 글자수나 맞추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단의 아침' 은 땀과 매연으로 얼룩진 노동현장에서 물빛 바람의 건강성을 기운차게 건져 올리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에 반해 다소 낡은 풍경이긴 하지만 '고향은 없다' 는 굴삭기 끝에 걸린 위태한 농촌의 실상을 홀어머니의 내리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한편 '未完' 은 현대인의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삶을 겨울과 줄타기의 이미지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심사위원 : 김원각.이지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