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더 꼬인 구조조정…재계 대안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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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해의 화두(話頭)는 시종 구조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로 접어드는 이번 주에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5대 재벌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성과가 미흡하다' 는 정부.정치권의 강도높은 압박이 파상적으로 죄어드는 가운데 5대 재벌은 당장 이달 말까지 구조조정 대상 7개 업종의 단일법인 경영주체 선정과 경영개선안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특히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맞붙어 있는 반도체는 아직 본격적인 실사조차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 시한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진 철도차량 등 3개 업종의 자율조정안도 채권단에 의해 '불합격' 판정을 받음으로써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대통령이 '5대 재벌 개혁' 의지를 거듭 재천명할 정도로 정부 입장이 확고한 만큼 재계로선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긴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정부가 바라는 수준' 의 결과를 내놓기는 기대난(難)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재벌들도 '발상의 전환' 이 필요하지만, 정부도 너무 명분에 집착하다 자칫 '쥐 잡으려다 독 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아.아시아자동차 채권단과 현대가 '부채 2천1백94억원 추가 탕감' 이란 절충점을 찾음으로써 지루했던 기아차 매각작업이 일단락되게 됐다.

현대는 오는 12월 1일 주식인수 계약 체결 후 바로 '사실상의 경영권 인수' 에 들어갈 계획이라 기아.아시아차의 인력.조직에는 다시 한바탕 회오리가 일 것으로 보인다. 부품이나 자동차는 물론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가 기아.아시아차의 공장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지, 인력은 얼마나 줄이며 노조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기아 인수.정상화에 들어가는 돈은 어떻게 조달할 지 등 모두가 관심거리다.

요즘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중 하나는 환율 안정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까다. 조금 나아진 수출 덕에 한동안은 달러가 계속 들어올 것이고 기업보유 외화도 만만찮은 반면 큰 돈 나갈 곳은 많지 않아, 대외여건이 급변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1달러 = 1천2백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최근 방한(訪韓)때 가시화됐듯이, 앞으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아직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시장인 '미국 문' 마저 좁아진다면 우리의 수출에는 여간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적정 외환보유액' 논쟁도 이런 점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현 외환보유액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국제신용도를 높이고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수출을 늘릴 수 있느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왕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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