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소설 '마지막 해커'써 벼락인기 황유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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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로스트 제네레이션' (잃어버린 세대) 얘기가 나올 법하다.

가장 희망 차야할 젊은이의 좌절이 너무 심각한 탓이다.

하지만 황유석 (25.숭실대 경영학과 2년 휴학중) 씨를 만나면 그런 느낌이 가신다.

그의 긍정.낙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거부하며 2년을 떠돌아 다녔던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 모른다.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당시 거리에서 벌이는 하드코어 또는 펑크록 음악에 미치도록 빠져있었는데 형들이 나를 끌어줬거든요. " 중학교 시절 이미 작사.작곡을 시작했고 고교시절엔 언더그라운드 밴드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의 세계를 추구하던 터였다.

"산업대 교수로 재직하시는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이신 어머니를…. 부모로서의 갈등을 딛고 자유를 허락하신 걸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

그에게 모든 것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선다.

"가령 내가 결국엔 손을 들어버린 해킹의 세계만 해도 그렇다.

그것은 프로그램을 망가뜨리는 파괴기술이 아니라 나름의 룰과 철학을 가진 예술행위 같은 것이다. "

물론 그 예찬론은 초보해커가 아닌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황유석씨가 지난 6월 PC통신 유니텔에 올린 사이버 미스터리 소설 '마지막 해커' ( '머더' 라는 사이트를 둘러싼 살인게임 이야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우연이었다.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이 은근히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 날더러 자신의 ID로 글을 좀 띄워 달라더군요. 평소에 이것저것 긁적거리는 글의 감수성을 동생이 먼저 인정한 거죠. 단 3일만에 24편 전체를 올렸는데 난리가 났어요. 유니텔에선 내 개인 ID를 주며 계속적인 투고를 부탁하더군요. " 그 글은 이번에 책으로 묶여 역시 '마지막 해커' (두리.상하권) 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주인공들의 성격에 맞춰 테마음악까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리나 광장에서 메탈음악과 책을 엮는 퍼포먼스 출판기념회를 구상 중입니다" 그의 야심은 세계적인 배경음악 작곡가의 길을 걷는 것. 사정이 닿는 대로 미국 보스턴에서 음악공부를 계속할 작정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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