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판결 각계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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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피노체트에게 25일은 긴 하루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83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TV 생중계를 통해 자신에 대한 결정을 지켜봤다.

○…상원법관 2명이 먼저 '면책특권' 을 인정하자 피노체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2명이 반대해 찬반 동수가 되면서 표정은 굳어 갔다.

마지막 한 명이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고 선언하자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인은 피노체트가 '독재자는 언젠가 죄과를 돌려받는다' 는 교훈을 생일선물로 받았다고 비아냥. …칠레의 피노체트 반대자들은 수도 산티아고 거리로 몰려나와 "피노체트는 당장 스페인으로 송환돼야 한다" 며 축하행진을 벌였다.

그가 일으킨 쿠데타로 살해된 살바도르 아옌데 전 칠레대통령의 딸 이사벨 아옌데는 "정의에 대한 희망이 확인됐다" 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퇴역군인을 비롯한 피노체트 지지자들은 "칠레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라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피노체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스위스.독일.프랑스는 환영 일색.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도 "범죄자가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피노체트 체포에 반대했던 미국은 "법적.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어 뭐라 이야기할 수 없다" 며 조심스런 입장. 미국이 피노체트 체포에 반대한 것은 그가 일으킨 쿠데타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드러날까봐 우려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이 결정으로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다" 고 환영했다.

국제법학자위원회 (ICJ) 는 "반인륜 범죄 등 국제적 범죄자들의 책임을 묻는 획기적 사건" 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피노체트와의 우애를 과시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그는 늙고 약해졌다.

칠레 송환이 양국관계에 중요하다" 며 불만을 표시.

고대훈.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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