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갖춘 한나라당 진로와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이 26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체제를 정비하면서 이회창 (李會昌) 총재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지난 8월 31일 총재경선 당일부터 터져나온 이른바 세풍 (稅風).총풍 (銃風) 사건 대응을 위해 비상체제로 지내온 지 석달만에 정상적인 골격을 갖춘 것이다.

부총재단 인선을 놓고 적잖은 진통이 있었지만 원내 다수당이자 유일 야당의 위상을 찾자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정권을 잃은 뒤 흐트러진 당 기강이 추슬러지는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어쨌든 李총재와 한나라당은 새로운 체제의 출범과 함께 또다른 시험을 맞이한 셈이다.

그만큼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도 많다.

李총재로선 가장 화급한 문제가 지도력 확보와 당내 화합. 4명의 실세 계파보스중 김윤환 (金潤煥).이한동 (李漢東) 전 부총재와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의 부총재단 참여 거부가 해당 계파 전체의 참여의식 약화로 이어지리란 우려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파별 대리인 성격을 띤 중진들이 부총재에 임명되긴 했지만 대표성이 작다는 점에서 李총재의 당 장악력과 추진력이 그만큼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李총재 취임 이후 李총재계와 함께 주류를 형성해온 세축중 양대 기둥인 김윤환 전부총재와 이기택 전대행의 이탈로 소위 '신 (新) 주류 3자 연대' 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두 사람의 일선후퇴와 함께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의 주류 진입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金부총재는 부총재 수락이유를 '주류 편입이 아닌 개혁을 위한 연대' 라며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李총재의 지도력에 힘을 실어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는 정치권의 구도변화가 예상되는 내년 정국에서 '소외계파의 이탈' 이라는 위험한 모습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특히 김윤환 전부총재와의 불화기미로 李총재의 주력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TK) 지역의 지지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형국이다.

계파간 이해가 걸린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여지없이 나타난 상충된 목소리들을 추스르고 이탈세력을 막기 위해선 李총재의 강한 리더십과 균형감각을 살린 계파별 배려가 절실하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총재특보단의 강화계획도 李총재가 각별히 염두에 둬야 할 부분. 그간 李총재가 주변의 소수의견에 집착하며 당의 공조직을 홀대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한편 계파 보스들이 지도부에서 빠짐으로써 홀가분하게 '李총재식 상생 (相生) 의 정치' 를 펼칠 여건이 마련된 측면도 있다.

일련의 의혹사건과 정치인 사정 (司正) , 그리고 이번 부총재단 인선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李총재는 더 적극적인 개혁정치의 표방과 당 운영에 힘을 실을 참이다.

김석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