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정보통신업체 '주인자리'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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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데이콤.온세통신.신세기통신 등 '확실한 주인' 이 없는 정보통신업체의 경영권 장악을 위한 국내기업간 경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보통신분야 진출을 위해서는 이들의 경영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거나 다른 주주를 대상으로 물밑 지분인수 협상에 나서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솔PCS.LG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 등 개인휴대통신 (PCS) 업체들의 외자유치가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경영권 확보열기가 가열되면서 정보통신업계에는 또 한차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 최대 관심은 데이콤 = 최근 정보통신부 배순훈(裵洵勳)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LG는 PCS사업권을 받는 조건으로 데이콤 지분을 5%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데이콤의 경영권을 가질 수 없다" 는 입장을 밝힌 뒤 동양.삼성 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동양은 이달초 동양종합금융이 증시에서 데이콤 주식을 인수해 전체지분을 8.83%에서 12.31%로 끌어올렸다. 삼성 역시 삼성생명.삼성화재 등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이 8.38%에서 10.74%로 높아졌다.

동양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주도권' 을 갖겠다는 것. 현재 데이콤은 외형상으로는 동양이 최대주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LG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외형상 지분은 4.87%이지만 관련회사 및 우호지분까지 합칠 경우 30% 가까운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도 기회가 되면 데이콤 주식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데이콤 주가는 최근 한달 반 사이에 3만원이나 올라 4만7천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데이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회사가 이미 시외.국제전화사업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2시내전화업체인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이기 때문. 게다가 내년에는 미국위성을 이용해 위성방송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인 데다 이 회사의 'PC통신 천리안' 은 미국의 동종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 (AOL) 이 5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유망해 놓칠 수 없다는 것. 데이콤의 지난해 매출은 6천7백억원.

◇ 온세통신 = 다음달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주요주주의 지분을 상당수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전자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관심. 현대측 지분은 한라.한국프렌지공업.동성팩토링 등 '우호지분' 을 합치면 30%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정돼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온세측 설명이다.

지금은 국제전화서비스만 하지만 내년중 시외전화를 시작할 계획인 데다 최근 한국통신을 제치고 북한 금강산지역 통신망구축 전담사업자로 지정되는 등 기선을 잡아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10월 국제전화서비스를 시작해 올 매출이 1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 신세기통신 = 포항제철과 코오롱간 경합이 뜨겁다. 이 회사는 지난 23일 증자문제를 마무리짓고 다음달중 자본금을 5천억원으로 1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최대주주 (16.6%) 인 포철이 2천억원 증자를 주장했지만 2대주주 (15.5%) 인 코오롱은 1천억원만 늘리자고 맞서 이렇게 결정됐다.

포철과 코오롱은 증자외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대방 지분 인수를 추진중인데,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중에서는 갖가지 루머까지 나돌아 서로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신세기는 가입자가 2백만명인 휴대폰업체로 매출은 지난해 4천6백억원에서 올해는 7천억원에 이를 전망.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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