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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리처드 칼슨의 가족 관련서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한차례 눈보라가 지나갔다.

모닥불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여전히 거리를 헤매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쳤다.

'가축(家畜)적인 가족'이라더니 정말 그런 시절로 떨어지는 것 아닐까.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가족들의 7가지 습관'(김경섭 옮김.김영사.9천9백원) 과 리처드 칼슨의 '가족의 사소한 일은 초연하라'(공경희 옮김.국일미디어.7천원) 두권의 책이 동시에 나온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가족의 좌절 또는 불안정성에서 출발하고 있는 코비와 칼슨은 전문 컨설턴트다.

코비는 94년 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행진을 거듭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이미 익숙한 조직행동학 연구가.

칼슨 또한 최근 국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말고도 20여권의 책을 펴낸 심리학 박사다.

공교롭게도 둘이 내놓는 해결방안은 정공법이라기보다 우회법에 가깝다.

코비는 "우리는 90% 이상의 시간을 '항로이탈' 상태로 살아간다. 그러면 좀 어떤가" 라는 반문으로 글머리를 열고 있다.

칼슨이 책을 통해 전하는 '1백가지 금언' 중 "어차피 엉망이 될 것이라고 각오하자. 기대감은 금물이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코비는 '7가지 습관'을 위해 가족성원의 행동양식부터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실천적 대안이기 위해선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연구가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추출되는 지침이 살아있는 삶의 원칙으로서 가치를 갖는 건 당연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코비의 7가지' 는 이렇게 정리된다.

①주도적이 되라 : 감정보다는 내면가치에 따르기 ②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 : 목적을 담은 가족사명서 작성 후 행동 ③소중한 것부터 하라 : 가족에 충실한 것부터 우선순위에 놓기 ④상호이익을 추구하라 : 소위 구성원 모두에게 유리한 '윈 - 윈' 전략 선택 ⑤경청한 다음에 이해시켜라 : 신뢰와 사랑의 형성 ⑥시너지를 활용하라 : 창조적 협력의 힘과 아름다움 찾기 ⑦끊임없이 쇄신하라 : '현상유지는 퇴행' 이라는 엔트로피 원칙 고수.

반면 칼슨은 단도직입적으로 1백개의 역(逆)발상적 원칙을 명상록처럼 전하고 있다. 그 중 몇가지. ▶자녀를 지루하게 버려두기 : 따분함 속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형성된다 ▶'차분한 체념' 익히기 : 일상의 번잡함과 일정 거리를 둔다 ▶욕구에 한계선 긋기 : 욕망지수를 낮추면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바쁘지 않다' 고 말하기 : 태연함에서 얻어지는 삶의 미학 ▶화난 상태로 잠들지 않기 : 분노와 오해를 길게 끌고 가지 않는다 ▶ '생각의 공격' 억누르기 : 격한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얼핏 뻔한 얘기로 들릴 만도 하다. 하지만 오늘의 가족은 그 쉬운 것 하나 풀지 못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코비는 책의 말미에 부모의 '멘터(정신적 스승)'적 역할이 없는 '7가지'는 무효라는 말을 던진다.

칼슨이 던지는 마지막 한마디는 더 가슴 저리다. "다시는 못 만날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자. "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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